키움 후라도(왼쪽)와 헤이수스. 사진|스포츠동아 DB·키움 히어로즈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키움 히어로즈 선발진은 변수투성이였다. 에이스 안우진의 군 입대로 기둥뿌리가 뽑힌 가운데 장재영과 정찬헌의 부상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꾸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했던 아리엘 후라도(28)와 새 외국인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등록명 헤이수스)의 원투펀치가 압도적 투구를 보여줘야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형편이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후라도는 3월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와 개막전에서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헤이수스 역시 첫 선발등판(3월 2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3.1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기대를 저버렸다. 국내 선발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터라 잿빛 전망만 가득했다.
그러나 현재 키움 전력에서 후라도와 헤이수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후라도는 1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12회를 포함해 8승4패, 평균자책점(ERA) 3.39, 84탈삼진, 20볼넷의 호투를 펼쳤다. 헤이수스 역시 16경기에서 QS 11회를 비롯해 9승4패, ERA 3.35, 94탈삼진, 25볼넷을 기록했다. KBO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로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는 활약상이다. 구단의 배려로 열흘간 휴식을 취한 것을 제외하면,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것 또한 엄청난 가치다.
우완 후라도는 4월까지 ERA 4.61(3승4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5월 이후 5승무패, ERA 2.51로 완벽히 되살아났다. 6월 26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에선 역대 외국인투수 한 경기 최다 2위 기록인 13개의 탈삼진을 엮어내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젊은 국내투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팀 퍼스트’ 정신 역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좌완 헤이수스도 시속 150㎞대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순항 중이다. 스프링캠프 때는 제구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마음을 열고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받아들인 뒤로는 전혀 다른 투수로 탈바꿈했다. 특유의 낙천적 성격으로 동료들과 소통하는 자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올 시즌 각 구단은 외국인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라도와 헤이수스의 꾸준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