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경정장에 등바람이 부는 가운데,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가을 경정 경주에는 변수가 있는데 바로 바람이다. 경정장의 바람은 크게 등바람과 맞바람이 있다. 등바람은 북쪽(또는 북서쪽) 즉, 미사리 경정장 좌측 계류장에서 1턴 마크 쪽으로 부는 바람을 말하고, 반대로 맞바람은 반대로 1턴 마크에서 계류장 쪽으로 부는 남풍(또는 남동풍)이다.
우선 등바람은 모터보트를 탄 선수의 뒤에서 불기 때문에 풍속을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맞바람보다 등바람이 불 때 선수들은 더욱 긴장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불면 자칫 출발 위반(플라잉)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등바람은 출발 이후 곧 이어지는 승부처인 1턴 마크에서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강력한 선회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순간, 정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으로 실속이 나올 수 있다. 정확하게 자세를 잡고 있더라도 바람이 모터보트를 밀어내면 선회각(모터보트가 턴마크를 도는 각도)을 좁히지 못하고 상대 선수에게 치고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맞바람도 대응이 까다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바람 부는 것이 눈에 보이고 몸으로 풍속과 풍향을 체감할 수는 있다. 일정하게 바람이 분다면, 그 부하를 계산해서 출발 타이밍을 적정하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풍속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하면 출발 구간에서 급하게 감속해야 하거나 아예 타이밍을 놓쳐 초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그리고 1턴 마크는 잘 빠져나왔다고 하더라도, 크게 발생한 너울로 2턴 마크에서는 수면에 모터보트를 최대한 눌러가며 반환점 표시를 돌아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선수들이 바람에 맞서며 2턴 마크를 돌고 있다. 너울로 인해 모터보트를 최대한 눌러가며 돌아야 한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예상지 ‘쾌속정’의 임병준 팀장은 “최근과 같이 바람이 많이 불어 정상적인 선회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합을 활용해 빈틈을 파고드는 선수들이 이변을 낼 수 있다”며 “ 또한 하위급 선수라도 초반 선두권으로 나서게 된다면 추격하는 선수들이 거친 수면과 앞서가는 선수들의 항적으로 인해 역전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