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사와 새로운 시도들
올해 SPAF는 ‘새로운 서사:마주하는 시선’을 주제로 사회·문화적으로 주변부에 머물렀던 서사, 특히 아랍과 이슬람, 아시아 태평양의 지리정치학적 시선, 여성과 비인간의 시선, 탈식민주의적 시선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무대를 채웠다. 특히 LOD 뮤직시어터의 <우먼, 포인트 제로>는 중동 여성의 서사를 현대 오페라로 풀어내며 감동을 전했으며, 카사비 시어터의 <뮤지엄>은 ‘테러리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축제 전 9월에 열린 ‘포커스 중동’ 워크숍에서는 아랍, 중동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다룬 강연이 진행되며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왔다.
특히 올해 축제는 관객의 장애 접근성 향상을 위한 환경 조성을 넘어 장애 예술가의 주도적 참여와 포용적 예술 환경을 강화했다.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커뮤니티 대소동>, 미나미무라 치사토의 <침묵 속에 기록된>, 프로젝트 이인과 캐나다 내셔널엑세스아트센터의 <카메라 루시다> 공연과 <셀레브레이션: 댄스파티> 워크숍을 통해 장애, 성별,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지지하는 포용적인 환경에서 공존의 미학을 실현했다.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서사를 새롭게 쓴 시도들도 있었다. 그중 티아고 호드리게즈의 <바이 하트>는 공연 중 즉석에서 참여한 10명의 관객과 한국어로 소네트를 낭송하고 함께 시를 외우는 모습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는 따뜻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PAF는 2023년부터 시작한 아트코리아랩과의 중장기 협력 사업을 통해 예술과 기술·과학의 새로운 관계 찾기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운드&테크놀로지 창작랩’에서는 박다희, 안상욱, 조은희 세 명의 예술가가 소리의 공간적 활용과 기술을 이용한 상호작용적 공연을 통해 사운드의 공연예술적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또한, 알오티씨의 <새들의 날에>는 13대의 로봇을 등장시켜 인문학적인 해석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해당 공연은 오는 11월 벨기에 축제인 임팩트 페스티벌(IMPACT, 리에주 극장 주관)에서 해외 관객을 만난다.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여 새로운 국제 이동성과 유통 방식을 연구하는 다수 공연 및 워크숍도 진행되었다. 특히 스테파니 레이크 컴퍼니의 <콜로서스>는 안무가의 콘셉트만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스테파니 레이크와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무용수 45명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온·오프라인 리허설을 진행하였다. 또한, 2022년 참여형 공연으로 진행한 <움직이는 숲>을 확장한 <움직이는 숲 보드게임> 워크숍을 통해 관객들과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나누었다.
공연예술축제의 미래 : 국제 네트워크
지난 10월 15일에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티아고 호드리게즈 예술감독과 홀랜드 페스티벌 에밀리 안센크 총감독이 SPAF 최석규 예술감독과 함께 ‘공연예술축제’의 새로운 도전과제와 미래를 논의하는 <리-서치> 워크숍을 진행하여 예술가 및 공연예술 관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밖에도 행사 기간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축제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여하여 공연예술의 소통과 유통의 장으로서 SPAF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