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입상과 제재가 한 끝 차이, ‘양날의 칼’ 플라잉 스타트

겨울 한파 속에 경정 선수들이 플라잉 스타트로 경주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은 질주 상태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출발선을 통과하는 ‘플라잉 스타트 방식’으로 대부분 경주를 진행한다.
‘플라잉 스타트 방식’에서 출전한 6명의 선수는 출주 신호와 함께 계류장을 나와 주어진 코스에 자리를 잡는데 이를 대기 행동이라고 한다. 이 대기 행동 뒤에 통상 1~3코스는 출발 지점부터 150m, 4~6코스는 최대 200m까지 거리를 두고 가속을 시작해 모든 선수가 0초에서 1초 사이에 출발선을 통과해야 정상 출발로 인정된다.

 만일 0초보다 먼저 출발선을 통과하면 사전출발(플라잉)이 되고, 1초가 넘어 통과하면 출발 지체(레이트)가 된다. 이런 출발 위반에 걸린 선수는 출주 제외(실격)가 되며 해당 선수의 경주권은 환불 처리된다.
출발 위반 선수는 출주 제외 이외에도 제재를 받는다. 일단 출반 위반을 하게 되면 다음 반기에 최하위 등급인 B2로 강급된다. 출반 위반 일자를 기준으로 6개월 동안 대상경주도 참가할 수 없다. 영종도에 있는 경정훈련원에서 출반 위반 1회 시 3주, 2회 시 4주, 3회 시 5주간 각각 출전정지와 함께 제재 훈련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격적인 출발이 입상을 좌우하는 경정의 특성상 출발 위반, 특히나 사전출발 위반은 자주 발생한다. 올해 그랑프리 경정 결승에서도 사전출발 위반이 나올 뻔 했다.
예선 성적이 좋지 못했던 심상철은 결승에서 6코스를 배정받았다. 경정은 1~2코스보다 5~6코스가 불리하다. 심상철은 코스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출발로 초반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평소 자신의 평균 출발 시간(스타트 타임)이 0.17초인데 이날 심상철은 무려 0초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하게 위반을 면한 것이다.

올해 1회차부터 51회차까지 출발 위반 현황을 살펴보면 전반기 20명, 후반기 39명으로 총 59명이 출발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김효년, 박정아, 이지수, 최영재, 정승호, 김보경, 최인원 등 7명은 두 차례 출발 위반을 했다.

미사리 경정장 계류장에서 선수들이 온라인 스타트로 경주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는 출발 위반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대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도입한 온라인 스타트방식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대기 행동 없이 출발 신호와 함께 계류장에서 6명이 동시에 나와 2주회 동안 경주를 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수요일과 목요일 16경주와 17경주에 열리고 있다.
 선수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재 소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3년 동안 출발 위반이 없는 경우 출발 위반 주선보류를 소멸한다. 300경주 동안 사전출발 위반이 없는 선수도 주선보류 1회 소멸한다.

또한 출발 연습과 모터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은 지정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입소 후 화요일에 코스별로 6회, 경주 당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훈련 시 각각 2회씩 출발 연습을 하고 있다.

 예상지 ‘쾌속정’의 임병준 팀장은 “출발 위반이 발생하는 경주는 말 그대로 김이 빠져버린다”며 “플라잉 스타트 특성상 사전출발 위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지만, 충실한 훈련을 통해 내년에는 사전출발이 가장 적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