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이 회장은 신사업 발굴 등 ‘뉴삼성 전략’에 조금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진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4년5개월 만이다. 함께 기소된 나머지 피고인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새롭게 제출한 증거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며 “검사의 항소 이유에 관한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은 이 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전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현명한 판단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를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