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고스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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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주영은 지난해 tvN·티빙 드라마 ‘원경’ 촬영을 마친 이후 훌쩍 사하라 사막으로 떠났다. 별다른 계획도, 목표도 없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날 채우러 가야 해”란 주문만 믿고 선택한 사막 행이었다. 여러 나라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사막의 지평선 앞에서 차주영은 “그래, 이거였어”라며 무릎을 탁 쳤다고 한다.

그에게 11일 종영한 ‘원경’은 그때의 사막 여행과 다를 바 없었다. 세종대왕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원경왕후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를 두고 일각에선 ‘무모하다’고, 또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차주영은 “언제 또 이런 사극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사극도, 주연 경험도 없는 그로서는 ‘미지의 세계’였던 ‘원경’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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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이름을 알린 후 몇 편의 사극이 들어왔어요. 전 정말 사극이 하고 싶었고, ‘원경’이 제가 꿈꿔온 사극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 선택했죠. 사실 소속사도 당황스러워 하긴 했어요. 잘 알려진 실존인물인 원경왕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처음인 만큼 조심스럽고, 어려운 작품이었으니까요. 저 또한 매일 더 큰 각오가 필요했어요. 그래도 열정과 용기가 더 큰 지금 ‘원경’을 한 게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4㎏이 넘는 왕관과 가채를 머리에 이고 20시간 이상을 유지하는 촬영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방송 중에도 수위 높은 베드 신을 둘러싼 논란이 나오는 등 위기가 계속됐다.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태종 이방원(이현욱)과 함께 조선을 세우는 원경왕후의 굴곡진 삶을 견고하게 파고들어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은 끝에 ‘웰메이드 사극’이란 호평까지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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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고,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요. 원경왕후와 단 하나도 닮은 게 없었죠. 하지만 보수적이면서도 진취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양면적’인 사람이란 점만은 같았죠. 특히나 저의 두 할머니들을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원경왕후와 같은 민 씨인 친할머니, 드라마 촬영 중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집안을 이끄는 어른들이었어요. 할머니들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상상하며 연기하니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들더라고요.”

‘더 글로리 최혜정’이란 수식어를 ‘원경’으로 단숨에 떼어낸 그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거칠 것 없이 도전할 생각”이다. 도전 앞에서는 “무엇도 두렵지 않은” 차주영의 모습은 ‘모험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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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유명세도, 인지도도 바라지 않아요. 다만 인지도가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을 더 폭넓게 선택할 수 있으니 안고 가는 것뿐이죠. 그런 저를 ‘꾸꾸’(팬덤)들이 SNS에서 열심히 홍보해준 덕분에 큰 힘을 받고 있어요. 그런 맹목적인 사랑을 어떻게 줄 수 있는 거죠? 전 참 복도 많아요. 모든 게 감사할 뿐이에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