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에 빠진 YB “부담감 이겨내고 도전”…후배 엑디즈 지원사격 (종합)[DA:현장]

메탈에 빠진 YB “부담감 이겨내고 도전”…후배 엑디즈 지원사격 (종합)[DA:현장]

‘국민 밴드’ YB가 완전히 새로워졌다. 고막을 때리고 심장을 부수는 메탈로 가득 채운 신보로 새로운 출항을 알렸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는 YB의 새 메탈 앨범 ‘ODYSSEY’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이날 YB는 나란히 30주년을 맞은 공연장 홍대 롤링홀에서 행사를 개최해 그 의미를 더했다. 행사 진행은 임진모 평론가가 맡았다.

YB의 신보 ‘ODYSSEY’는 YB가 새롭게 시도하는 하이브리드 모던 메탈 스타일의 앨범이다. Djent 기반의 강렬한 사운드와 기존 YB의 색을 확장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보컬 윤도현의 그로울링·스크리밍 창법을 비롯해 허준의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 박태희의 묵직한 베이스, 김진원의 정교한 더블 베이스 드러밍 등 멤버들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앨범은 한 인물이 외부의 억압과 내적 갈등의 고통에 시달리며 자아를 잃고 혼란에 빠지지만 내면의 힘과 희망을 발견하며 자신을 찾고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점차 자신을 재발견하고 마지막에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는 엔딩을 맞는다. 윤도현은 “한 주인공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앨범이다. 2년 정도 걸렸다. 계속 수정하고 고치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메탈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윤도현은 “메탈 음악을 좋아하고 오래 들어왔다. 5년 넘게 매일 듣다 보니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너무 하고 싶어서 했다”며 “어릴 때 데스 메탈을 많이 듣다가 어느샌가 흥미를 잃어서 중단했다.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장르가 생기면서 다시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와 암 투병 때 메탈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다. 어려운 연주에 집중하다보니 무아지경에 빠지고 힘이 되더라”면서 “처음에는 솔로 프로젝트로 할까 생각하다가 멤버들과 상의해서 같이 해보자고 결정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같이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음악하면서 스포츠 선수 마인드가 생긴 것 같다. 반복 연습을 매일 하지 않으면 연주가 안 되더라. 나쁘지 않구나 싶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 연습하고 있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베이시스트 박태희는 “우리 멤버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그 모습이 되게 고마웠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준 것이기도 하고 솔직하게 더 늦기 전에 내 안에 잠재돼 있던 꿈의 음악을 우리와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탈 장르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지만 기타리스트이자 음악 감독 허준과 드러머 김진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허준 역시 “처음에 메탈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조금 부담스러웠다. 큰 도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안 해본 연습을 하게 되어서 다른 지점에서도 많이 올라간 느낌이라 만족스럽다”고 털어놨다.

김진원은 “처음에는 벅찼다. 헤비메탈은 20대 초반 속초에서 언더 카피 밴드로 공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후로는 트윈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다시 꺼내서 연습해야 했다. 올드한 메탈부터 현재의 메탈까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2년 동안 연습하면서 최대한 뽑아냈다”면서 “처음에 밑그림을 그릴 때는 야근하라고 던져주는 느낌이었는데 한 걸음씩 해나가다 보니 2년이 흘렀다. 루틴을 만들어서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드럼 믹싱이 너무 잘됐다”고 강조했다.

YB의 새 앨범에는 지난 5일 JYP 밴드 Xdinary Heroes가 피처링 및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선공개곡 ‘Rebellion(Feat. Xdinary Heroes)’과 더블 타이틀곡 ‘Orchid’를 비롯해 ‘Voyeurist’ ‘StormBorn’ ‘End And End’ ‘Daydream’ 등 총 6곡이 수록됐다. 윤도현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확신보다는 우리의 한계치가 어디인지 테스트해보는 느낌도 있다. 여섯 곡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앨범으로 활동을 해 본 후에 앞으로 어떤 앨범을 낼지 고민해보려고 미니 앨범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선공개 타이틀곡 ‘Rebellion’(feat.Xdinary Heroes)은 JYP 소속 밴드 Xdinary Heroes(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피처링하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곡이다. 윤도현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iNSTEAD!’를 함께 작업한 적 있다. 그로울링으로 참여했다. 내가 대학 축제 때 재미삼아서 ‘뽀로로’를 메탈로 공연한 적 있는데 감동 받아서 연락했다고 하더라. 밴드 자체에서도 그로울링을 해봤는데 잘 안 됐나 보더라. 가서 해줬는데 너무 귀엽고 연주도 잘하는 친구더라”며 “이번 ‘Rebellion’은 그 친구들과 같이 할 목적으로 제일 마지막에 쓴 곡이다.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곡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StormBorn’에 대해 윤도현은 “앨범 트랙 가운데 유일한 한글 가사 곡이다. 이 곡을 통해 행복감을 느꼈다”며 “손꼽을 만한 가사가 나온 것 같아서 이 곡이 사랑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내 가장 큰 업적으로 남기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메탈 앨범을 만들면서 꼭 이런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YB가 걸어온 30년의 시간이 이 곡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탈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게 바로 우리의 색깔이기 때문에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태희는 “곡을 쓸 때 어떤 스타일로 써줬으면 좋겠다고 제안도 하고 방향성도 가지고 가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을 안 하고 곡을 써서 줬다. (윤도현이) 가사를 완성시켜서 보여줬는데 충격 받았다. 이렇게 가사가 나올 수가 있구나 싶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더불어 ‘End And En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최강럭비’ OST 타이틀곡으로도 선정됐던 바. 윤도현은 “이 앨범을 시작으로 우리 앨범의 길과 방향성이 달라졌다. 우리의 미래를 제시해주는 느낌이 강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신보는 YB가 지난 30주년을 돌아보기보다는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바. 윤도현은 “이 앨범을 시작으로 계속 이런 음악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장담은 못 한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길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메탈이 우리에게 잘 맞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어려운 곡을 하다 보니까 다른 곡을 할 때 편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고백했다.

박태희는 “새로운 출항을 앞둔 기분이다. ‘메탈’이라는 하나의 배가 출항하는 느낌이다. 롤링홀에서의 공연이 YB의 새로운 첫 출항을 알리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이 작업을 YB 안에서 해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30주년 맞은 소감도 밝혔다. 윤도현은 YB를 대표해 “30년을 돌아보면 어떻게 왔나 싶기도 한데 목표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30년이 흐른 것 같다”며 “올해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베스트 앨범도 동시에 준비 중이고 투어도 길게 준비하고 있다. 30년을 하면서 ‘사랑했나봐’ ‘사랑 TWO’ 등 이런 노래들이 사랑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용기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감사가 넘친다”고 말했다.

1996년 결성돼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대표 록 밴드 YB는 보컬 윤도현(기타, 키보드, 하모니카 등), 베이스 박태희, 드럼 김진원, 기타리스트이자 음악 감독인 허준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곡으로 ‘흰수염고래’(2011), ‘나는 나비’(2006), ‘사랑했나봐’(2005), ‘잊을게’(2003), ‘박하사탕’(2001), ‘너를 보내고’(1999), ‘담배가게 아가씨’(1999), ‘사랑투’(1994) 등이 있으며, ‘10E’(2019), ‘칼’(2013), ‘Stay Alive’(2009), ‘88만원의 Losing Game’, ‘It Burns’(2006), ‘이 땅에 살기 위하여’(2004) 등이 있다.

YB의 새로운 도전을 담은 앨범은 26일 오후 6시 발매되며 LP와 LP 스페셜 에디션, KiT 버전도 동시 발매된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스포츠동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