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에서 진행하는 싱어롱 프로그램.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경쾌한 멜로디의 요들을 부르는 공연자와 승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흥겹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차는 여행을 위한 이동수단이지만 때론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선로 위를 달릴 때 몸으로 전해지는 규칙적인 진동, 슬며시 잠을 부르는 은근한 ‘백색소음’, 적당한 속도로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객창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비둘기, 통일, 무궁화, 새마을로 기차 등급이 나뉘던 시절 한없이 느린 비둘기나 통일호를 타고 객차 통로를 오가는 판매 카트의 주전부리를 사먹으며 여행의 설레임을 느끼던 기억은 이제는 아련한 ‘그리움’이다. KTX로 대표되는 요즘이야 신속함과 편함이 우선시 되지만, 가끔은 예전 그 느린 기차여행이 그리워지곤 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충남 레트로 낭만 열차’. 오전 7시 13분 출발이라는 조금 빡빡한 일정이지만 당일여행 코스로 꽤 알차게 여러 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차타고 과거로 ‘슬로투어’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는 1960년~1980년대 기차여행의 낭만을 재현한 콘셉트 상품이다. 1922년 운행을 시작한 103년 역사의 장항선을 타고 아산, 예산, 홍성, 보령, 서천, 서산, 태안 등 충남 7개 지역 명소를 찾아간다. 기차 이동시간이 2시간 남짓이라서 당일여행 코스로 진행을 한다.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안 싱어롱 타임. 통기타 반주에 맞춰 ‘여행을 떠나요’같은 예전 낭만을 일깨우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즐거운 추억여행으로 떠난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굳이 옥의 티를 찾는다면, 그 시절에는 새마을 바로 아래 등급의 고급 객차이던 무궁화호를 타고 비둘기나 통일호의 느낌을 되새기는 약간의 어색함이라고 할까. 하지만 현재는 무궁화가 가장 낮은 등급의 객차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충남 레트로 낭만 열차’ 이용객에게 제공하는 추억의 간식거리. 구운달걀과 그 시절 캬라멜 등 과거 기차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먹거리들이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본부장은 “1960~80년대 기차여행의 감성을 장항선에서 재현한 것으로, 지난해 중장년 뿐만 아니라 MZ세대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었다”며 “2025~2026 충남방문의 해를 맞아 충남의 매력적인 열차 상품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간조 때 뭍과 이어진 서산 간월암의 모습. 간월암은 밀물이 들어오면 암자 모습이 물에 든 연꽃과 같다고 연화대(蓮花臺)라고 불렸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번 기차여행에서는 내륙의 예산 지방과 서해안 서산을 함께 돌아보았다. 간월암은 서산 부석면 간월도라는 섬에 있는 작은 암자다. 외양만 보면 해안의 평범한 작은 절이다. 하지만 이곳은 하루에 두 번 만조 때는 섬이 되고, 간조 때는 뭍과 연결되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녔다. 밀물이 들어오면 암자 모습이 물에 든 연꽃과 같다고 연화대(蓮花臺)라고 불렸다.

서산 간월암 난간에 걸린 소원을 비는 연등들. 간월암은 절집 주변 바다 풍광이 매력으로 특히 이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멋진 ‘일몰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암자 경내 건물은 무학대사 초상화가 있는 법당 등이 있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절집 주변의 바다 풍광이 매력적이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꽤 멋있다고 소문이 났다.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멋있고, 뭍에서 간월암 뒤로 넘어가는 석양을 보는 풍광도 일품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일몰 시간을 맞추지 못해 직접 보지는 못했다.

간조 때 섬과 이어진 길을 따라 간월암으로 가는 관광객들. 간월암을 찾을 때는 물때를 잘 계산해야 만조와 간조 때의 극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산 유기방가옥의 명물인 수선화꽃밭. 매년 봄이면 고택 뒷편 6만6116㎡(약 2만 평)에 달하는 구릉에 걸쳐 수선화가 만개하며 노란 꽃바다를 이룬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유기방가옥은 서산시 운산면의 일제강점기 주택이다. 유기방가옥의 ‘유기방’은 고택에서 거주하며 관리중인 어르신의 이름이다. 향토사적, 건축학적으로 가치가 있어 2005년 충남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서산 유기방가옥의 명물인 수선화꽃밭. 매년 봄이면 고택 뒷편 6만6116㎡(약 2만 평)에 달하는 구릉에 걸쳐 수선화가 만개하며 노란 꽃바다를 이룬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개화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4월 30일까지는 수선화를 볼 수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산 해미읍성의 내부. 면적은 약 20만㎡에 달하는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해미읍성은 성곽 둘레 1800m, 높이 5m, 면적은 약 20만㎡인 읍성이다. 읍성은 읍을 둘러싸고 세운 평지성이다.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1973년부터 읍성의 복원사업을 실시해 현재 3대문과 객사 2동, 동헌 1동, 망루 등을 다시 재현했다. 충무공 이순신이 10개월 간 근무하기도 했던 서해 지역 군사 요충지로 적군의 접근을 어렵게 하려고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성 주변에 심어 탱자성이라고도 불렸다.

서산 해미읍성이 내부. 넓은 잔디광장 등 장 관리한 경내에는 조선시대 각종 무기를 비롯해 당시 대문과 객사 2동, 동헌 1동, 망루 등을 다시 재현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서산 해미읍성에 재현한 초가에 봄 정취를 자아하는 꽃이 피어 있다. 초가 마당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함께 투호 같은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도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파란 하늘, 수면의 반영과 어우러진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 폭 5m, 길이 402m의 국내 최장 출렁다리로 예산 여행의 필수 방문코스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40km, 너비2km의 예당호는 예산여행의 필수 방문코스다. 이곳에는 2019년 지은 예당호 출렁다리가 있다. 폭 5m, 길이 402m의 국내 최장 출렁다리이다. 내진설계 1등급을 받아 성인 3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바다 위 배처럼 부드럽게 출렁이는 다리는 걷는 재미가 있다. 다리 중간 교각에는 예당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를 걸어가는 관광객들. 성인 3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데, 바다 위 배처럼 부드럽게 출렁이는 다리는 걷는 재미가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예당호에는 출렁다리와 함께 또 하나의 명물인 음악분수가 있다.길이 96m, 폭 16m, 분수 물 높이 110m로 한국기록원에 ‘호수위에 설치한 가장 넓은 면적의 부력식 음악분수’로 올라 있다.

예당호 출렁다리와 예당호 전경. 왼쪽에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오른쪽에는 이곳의 또 다른 명물거리 음악분수가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예산 수덕사 입구. 백제시대인 6세기경 창건해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고찰로 예산군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수덕사는 예산 덕산온천 근처 덕숭산(495m) 남쪽 자락의 사찰이다. 충남 내포 지역의 조계종 사찰을 관장하는 제7교구 본사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백제시대인 6세기경 창건되어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예산군 제1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해 보물 노사나불괘불탱과 묘법연화경, 삼층석탑, 칠층석탑 등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재가 고루 남아 있다.

예산 수덕사로 가는 길. 수덕사는 산문부터 대웅전까지 가는 숲길이 여유롭다. 봄을 맞아 화사하게 핀 봄꽃을 즐기며 돌아보기 좋다. 관광객을 위한 안내와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경내가 넓찍하고 산문부터 대웅전까지 가는 숲길이 여유롭다. 봄을 맞아 화사하게 핀 봄꽃을 즐기며 천천히 돌아보기 좋다. 관광객을 위한 안내와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예산 수덕사를 찾아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 수덕사는 충남 지역의 대표 불교 명소인데다, 경관이 빼어나고 사찰 내 문화재가 많다 보니 늘 관광객이 북적인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예산 은성농원의 사과술 시드르와 칼바도스 숙성고. 스페인산 올로로소 셰리오크통 등에 이곳에서 발효하고 증료한 사과술을 담아 숙성, 보관하고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은성농원은 예산사과를 처음 재배한 지역인 고덕면에 있다. 6000여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이곳은 사과 재배와 함께 사과를 발효하거나 증류해 술을 만드는 양조장과 증류소를 갖추고 있다.

예산 은성농원의 사과밭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예산사과를 처음 재배한 지역인 고덕면에 있는 은성농원은 6000여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방문객들에게 사과술에 대해 설명하는 예산 은성농원의 정제민 대표. 사과술 시드르와 칼바도스를 생산, 판매하는 곳으로 이곳을 방문하면 시음과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예산 은성농원의 사과술 증류기. 구리로 만든 커다란 증류기에서 사과발효주 시드르를 증류해 칼바도스를 만든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예산시장 내부. 1926년 문을 100년 가까운 역사의 전통시장으로 최근 내부를 리모델링했는데 60년 전통 국밥, 선봉국수, 백술상회, 사과당, 광시카스테라, 낙원약과 등 다양한 먹거리가 인기다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충남|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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