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통산 2승에 도전했던 37살 베테랑 이일희의 도전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숍라이트 LPGA 클래식 2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는 이일희. 사진제공  |  LPGA

12년 만에 통산 2승에 도전했던 37살 베테랑 이일희의 도전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숍라이트 LPGA 클래식 2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는 이일희. 사진제공 | LPGA



12년 만의 우승 도전은 1타 차로 아쉽게 무산됐지만,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1988년생 베테랑 이일희가 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LPGA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23억8000만 원)에서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해 제니퍼 컵초(미국·15언더파)에게 단 1타 차 뒤진 2위에 올라 16만4136달러(2억2000만 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맞은 최종라운드에서 초반 난조를 보이며 한 때 10위 밖으로 밀렸지만 9번(파5) 홀 이후 3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만 6개를 솎아내며 뒷심을 발휘했다. 18번(파5) 홀에서 이글 퍼트가 아쉽게 빗나가 같은 홀에서 버디를 잡은 컵초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2010년 LPGA 투어에 데뷔해 2013년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던 이일희는 이후 우승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8년을 끝으로 LPGA 시드를 잃었고, 2019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시드가 없어 투어 대회 우승자에 주는 연간 1∼2차례 출전 기회를 얻어 근근히 투어 생활을 이어왔다. 이번 대회는 예선을 거쳐 나선 지난주 US여자오픈(컷 탈락)에 이은 올 두 번째이자 자신의 통산 200번째 출전대회였다.

하지만 세계순위가 1426위에 불과한 37세 베테랑은 사흘 내내 우승 경쟁을 펼치며 2014년 미즈노 클래식(11월) 공동 2위 이후 11년 만에 최고성적을 냈다.

“긴장해서인지 몸이 조금 떨려서 하체를 좀 더 움직이려고 했다. 빨리 극복했고, 마무리도 꽤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내비친 이일희는 “TV로만 보던 같은 조의 컵초가 경기하는 걸 보는 게 무척 즐거웠다.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건 정말 멋있었다”고 진심어린 축하 인사를 건넸다.

2016년 레인우드 클래식 공동 9위 이후 9년 만에 톱10에 이름을 올린 이일희는 골프가 잘 풀리지 않는 동안 공부를 다시 시작해 학사 학위를 따고, 다른 업종에 취업도 해봤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다른 일을 하다 ‘아, 나는 골프를 잘하지’라고 뒤늦게 깨닫고 파트타임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 뒤 “LA에 나를 기다리는 제자가 몇 명 있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일희는 “이번 대회를 치르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격려해줬다. 정말 놀라웠다”며 “가장 친한 친구인 신지애가 ‘넌 내게 영감을 줬어’라고 하더라”고 설명한 뒤 “나는 모든 사람이 골프를 즐기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라고 덧붙였다.

2022년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을 포함해 그해에만 3승을 올렸던 컵초는 역전 우승에 성공하며 통산 4승과 함께 우승 상금 26만2500달러(3억6000만 원)를 챙겼다. 17번(파3)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김세영은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3위에 올라 시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임진희가 10언더파 공동 5위, 박금강이 9언더파 공동 11위에 랭크됐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