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본혁이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도중 득점을 올린 뒤 동료와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구본혁이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도중 득점을 올린 뒤 동료와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제가 잘 쳐서 그런 건 아니고, 만루 채워놓고 병살타를 노린 것 같습니다.”

LG 트윈스 구본혁은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원정경기에 8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해 결승 득점을 포함한 3타수 2안타 2볼넷 3득점 2도루로 맹활약해 팀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LG는 구본혁의 활약에 힘입어 시즌 66승2무42패를 마크하며 선두를 더욱 굳건히 했다.

지난달 월간 타율 0.400(40타수 16안타)으로 방망이를 예열한 구본혁은 이날 시즌 21번째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다.

KT 투수들도 이날 구본혁과 섣불리 승부하기 어려웠다.

구본혁은 5-0으로 앞선 8회초 1사 2·3루서 자동 고의4구를 얻어내기도 했다.

2019년 LG에 입단한 구본혁의 데뷔 첫 고의4구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고의4구에 대한 질문에 “내가 잘 쳐서 그런 건 아니고, 만루 채워놓고 병살타를 노린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고의4구가 데뷔 후 처음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니다. 인생 처음이다. 인생 처음이라 사실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구본혁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낸 KT는 결과적으로 만루 작전에는 실패했다.

계속된 1사 만루서 후속 박해민이 타구를 외야 깊숙이 날려 희생플라이를 기록했고, 이어진 2사 2·3루선 신민재가 1타점 우전 적시타로 한 점 보탰다.

KT가 승부할 상대로 택한 박해민 역시 이날 경기 전까지 만루 상황에서 타율이 0.214(14타수 3안타)로 좋지 않았지만, 병살타는 단 한 번도 친 적이 없었다.

LG 구본혁이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도중 출루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구본혁이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 도중 출루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KT로서도 만루 작전을 택할 이유는 충분했지만, 구본혁 역시 이날 예사롭지 않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었다.

4회초까지 점수를 못 내던 LG가 5회초 3득점으로 공격의 활로를 찾은 데에도 구본혁의 활약이 단단히 한몫했다.

1사 후 KT 선발 오원석의 체인지업을 중전안타로 연결한 구본혁은 빠른 발로 누상을 휘젓기도 했다.

그는 오원석이 직구를 던진 타이밍에 2루를 훔치더니, 4구째로 변화구를 던진 타이밍 역시 정확하게 읽어내 3루를 훔쳤다.

심지어 두 번의 도루 모두 마치 무혈입성 하듯 슬라이딩 없이 서서 들어갔다.

구본혁은 “시합 전부터 정수성 코치님이 개인적으로 영상을 보내주셨다. 너무 잘 분석해주신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슬라이딩하지 않고도 도루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올 시즌 KBO가 신설한 ‘월간 CGV 씬-스틸러상’의 7월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본혁은 “너무 많은 팬 분들이 (투표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소셜미디어(SNS)에 ‘투표해 달라’고 올렸다”며 웃은 뒤 “내년에는 더 잘해서 올스타전에도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 시즌 LG 타선과 내야에 필요한 존재로 거듭난 그는 101경기 타율 0.272, 1홈런, 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97로 커리어하이를 작성할 태세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