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우리가 진짜 뭘 보고 있는거냐?” 맨체스터 더비 참사에 ‘맴찢’ 맨유 영웅들, ‘경기 보지 않은 눈 살래요’…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서울의 밤

리오 퍼디낸드를 비롯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웅들이 서울의 한 호텔에 모여 15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와 EPL 4라운드 ‘맨체스터 더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출처｜리오 퍼디낸드 SN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15일(한국시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와의 EPL 4라운드 더비 완패 소식을 간결하게 전했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은 물론, 한때 유럽 축구를 호령했던 ‘전통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위용은 완전히 사라졌다. 주말 ‘맨체스터 더비’에서의 잊지 못할 참사는 맨유가 처한 참담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을 뿐이다.

맨유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2025~2026시즌 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3으로 대패했다. 1승1무2패, 승점 4에 그친 맨유는 14위에 머물렀다.

스코어처럼 내용도 처참했다. 전반 19분 필 포든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간 맨유는 전반 내내 공격다운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후반전은 끔찍했다. 경기 초반 맨시티가 잠시 어수선한 틈을 타 공세를 시도했으나 금세 불씨가 꺼졌다. 오히려 맨시티의 엘링 홀란에게 후반 8분과 23분 멀티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충격적이었다. 최하위권을 멤돌며 챔피언십(2부) 강등 위기에 처한 지난 시즌에도 맨유는 ‘맨체스터 더비’만큼은 우위를 잡았고, 1승1무로 앞섰다. 반등을 목표로 여름이적시장에서 브라이언 음뵈모와 마테우스 쿠냐, 벤자민 세스코 등 우수한 자원들을 끌어들인 맨유이지만 황당하게도 결과는 훨씬 초라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맨유가 올 여름 지출한 돈은 2억3600만 파운드(약 4457억 원)에 달한다.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경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임·직원들을 두 차례에 걸쳐 대량 해고하고, 식사 제공을 포기할 정도로 맨유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지만 선수단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현지 언론들이 “이래도 되냐”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돈을 펑펑 썼다. 팬들은 대개 선수들의 이적료에만 집중하나 연봉과 계약서상 옵션에 따른 보너스 등의 지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번 시즌도 맨유는 ‘오합지졸’에 가깝다. 벤치에서 준비한 전략, 전술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리백 수비라인은 자동문 그 자체다. 그런데도 후벵 아모림 맨유 감독은 자신의 전술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 철학을 바꿀 생각이 없다. 외부에 의한 변화는 없다. 오직 내가 바꾸고 싶을 때만 바꾼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감독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떳떳한 자세를 취했다.

무기력한 선수들, 무능한데 고집만 센 감독을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석에서, 또 펍이나 집에서 지켜본 맨유 팬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그런데 마음이 아픈 것은 과거 전성기를 일궜던 영웅들도 마찬가지다.

알렉스 퍼거슨 경의 지도 하에 박지성과 호흡을 맞추며 맨유의 르네상스를 경험한 리오 퍼디낸드도 맨체스터와 아주 멀리 떨어진 서울의 한 고급호텔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했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콘 매치’ 직후로 마이클 캐릭과 웨인 루니, 폴 스콜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네마냐 비디치 등이 함께 했다.

0-1로 맞은 하프타임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퍼디낸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엉성한 실점, 박스 주변에서의 기회가 있었으나 퀄리티가 부족했지만 압박을 잘 했다”고 반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0-3이 되고 패색이 짙어지자 “왜, 대체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거지?”라는 문구를 띄웠다.

당혹스러울 만 하다. 퍼디낸드는 EPL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차지한 ‘레드 데블스’의 일원이었다. 스콜스는 EPL 11차례 정상을 섰고, 1999년 ‘트레블(3관왕)’의 주역이기도 했다. 루니는 2017년 맨유를 가장 마지막으로 떠났는데, 맨유는 2013년 이후 EPL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다. 맨유가 올드트래포드에서 마주할 EPL 5라운드 상대는 클럽월드컵 초대 챔피언 첼시다.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 있다면 이번 주중에 시작할 새 시즌 유럽클럽대항전을 출전하지 못해 나름 잘 회복된 상태에서 결전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