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개막특집] ‘기록’보다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은 한국전력 신영석…먼훗날 배구팬들이 기억할 ‘행복배구’를 향해

한국전력 베테랑 센터 신영석은 3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V리그 최다 블로킹 득점에 빛나지만, 그는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진제공｜KOVO

한국전력의 ‘맏형’ 신영석(39)은 여전히 코트 위에 선다. 2025~2026시즌은 한국전력에서 맞이하는 여섯 번째 시즌이다. 국가대표로 수많은 국제무대를 누볐고, V리그에서는 통산 블로킹 1321득점으로 역대 1위를 기록한 그는 미들블로커(센터)로서 한국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그로선 매 순간이 소중하다. 신영석은 “많은 팬분들이 ‘조금만 더 해달라’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정말 내가 더 해도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가족들도 함께 고민했고, 계속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코트에 선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주장의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2025~2026시즌부터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서재덕(36)이 새 주장으로 팀을 이끈다. 신영석의 제안이었다. 그는 “내가 주장으로 있을 때 팀 성적이 안 좋았던 기억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권영민 감독님께 먼저 말씀드렸다. 굳이 무거운 마음으로 또 한 시즌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엔 더 편안한 마음으로 코트에 서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몸 상태는 여전히 좋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도 느낀다. “몸은 항상 비슷하게 유지된다. 다만 예전엔 경기를 해도 바로 다음날 회복이 됐는데, 요즘은 이틀은 누워 있어야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오래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지금은 정말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이제 개인 기록이 아니다. “이제는 내 성적보다는 내가 어떤 선수로 기억될지가 더 중요하다”며 “10년, 20년 뒤에도 팬들이 ‘그때 신영석이라는 센터가 있었지’라고 이야기해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 선수가 최고였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하다. “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정호, 최요한 같은 좋은 선수들이 합류했고, 쉐론 베논 에반스라는 훌륭한 외국인 선수도 왔다”며 “감독님이 늘 강조하시는 건 조직력이다. 새 얼굴들이 많지만, 그만큼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기에 금세 하나로 뭉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장의 무게는 내려놓았지만, 팀의 중심은 여전히 신영석이다. 기록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신영석은 얼마 남지 않은 코트 위에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