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보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심현보 대구경북취재본부 기자



10월 13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대구시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시청을 찾았으나, 대구시청 측이 ‘청사 방호지침’을 이유로 현직 구청장의 출입을 저지했고, 취재를 위해 동행한 언론 기자들의 출입마저 막은 것이다. 이 사태는 단순한 절차상의 오해를 넘어, 지방자치와 언론 자유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시청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 공간이다. 그 문은 행정 편의를 위한 출입문이 아니라, 시민의 뜻과 비판이 드나드는 통로여야 한다. 그런데 대구시청이 “방호지침”이라는 불분명한 내부 규정을 내세워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의 출입을 가로막은 것은 권한 남용이자 행정 오만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의 대표로서 정책 비판과 제안을 할 권리와 의무를 진다. 그런 인물의 출입을 보안상의 이유로 제지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를 부정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태훈 구청장은 그동안 대구시 신청사 건립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방호’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심각한 것은 언론 기자들의 출입까지 통제했다는 점이다. 시청이 특정 언론사 등록 여부를 이유로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면, 이는 명백히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침해다. 권력은 자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을 불편해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을 이유로 문을 닫는 순간, 공공기관은 시민의 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성(城)으로 전락한다.

지금 이 사태는 단순한 절차 논란이 아니라, “누가 시청에 들어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권력의 허락을 받은 자만 들어올 수 있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관료주의의 폐쇄성이며, 시민의 정부가 아니라 권력의 자기 보호 체제다.

대구시청 측은 ‘청사 방호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그 지침의 내용은 공개되지도 않았고, 시청 내부에서도 적용 기준이 혼선이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런 불명확한 지침이 시민의 대표와 언론의 발을 묶는 근거로 사용됐다면, 그 자체가 비민주적 행정 운영의 증거다. 공공기관의 지침은 공공을 위한 것이어야지, 권력자의 불편을 덮기 위한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방호’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차단하고, ‘보안’이라는 명분으로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는 일은 결국 스스로를 불신받는 행정으로 만드는 길이다. 대구시는 이번 사태의 경위와 근거 규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누가, 어떤 판단으로, 어떤 규정에 따라 현직 구청장과 언론의 출입을 막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만약 특정 인사나 부서가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시청은 행정의 중심이자, 동시에 시민 여론이 모이는 공간이다. 그 문이 닫히는 순간, 대구의 행정은 시민으로부터 단절된다. 지금 대구시가 해야 할 일은 권력의 체면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 앞에 행정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단지 이태훈 구청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은 비판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구시가 답해야 하는 시험대다. 대구시가 만약 이 사태를 가볍게 넘긴다면, 시민은 더 이상 시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대구시청은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민의 공간은, 권력의 요새가 아니다.

대구 ㅣ심현보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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