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은 진실을 듣길 원하고 진실을 언급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최근엔 자신의 SNS에 심판 판정 문제를 거론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은 진실을 듣길 원하고 진실을 언급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최근엔 자신의 SNS에 심판 판정 문제를 거론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거스 포옛 감독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온몸이 근육질인 아들 디에고 코치다. 그는 찰턴, 웨스트햄에서 뛰었으나 아버지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사진출처|디에고 포옛 코치 인스타그램

거스 포옛 감독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온몸이 근육질인 아들 디에고 코치다. 그는 찰턴, 웨스트햄에서 뛰었으나 아버지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사진출처|디에고 포옛 코치 인스타그램

포옛 감독은 K리그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영국 언론이 나서면 문제 가득한 한국 심판들은 새로운 의미의 유명세를 떨칠 수 있다. 사진캡처|거스 포옛 감독 인스타그램

포옛 감독은 K리그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영국 언론이 나서면 문제 가득한 한국 심판들은 새로운 의미의 유명세를 떨칠 수 있다. 사진캡처|거스 포옛 감독 인스타그램

영국 언론이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성공적 데뷔 시즌을 보내는 거스 포옛 감독과 아들 디에고 포옛 코치를 주목하고 있다. 포옛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토트넘에서 성공적인 선수 커리어를 보냈고, 디에고는 찰턴 애슬레틱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다 2018년부터 아버지를 보좌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스타’는 최근 “첼시의 아이콘은 웨스트햄 출신 아들과 함께 K리그에서 현대자동차를 모기업으로 둔 팀을 이끌며 리그 우승에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근황을 보도했다. ‘더 선’도 ‘데일리 스타’ 리포트를 인용했다.

포옛 감독은 현역 시절 EPL에서 7년간 뛰며 스타 플레이어로 두각을 드러냈고 스윈던 타운과 리즈 유나이티드, 토트넘 코치를 거쳐 브라이턴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플레이오프를 이끈 뒤 EPL 선덜랜드와 그리스대표팀 등을 지휘했다. K리그 내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이력의 소유자다.

10월 A매치 휴식기를 맞은 2025시즌 K리그1가 정규리그 종료까지 6경기(파이널 라운드 포함)를 남긴 가운데 2위 김천 상무를 승점 13점차로 제치고 선두를 달리는 전북의 상황을 조명한 매체는 포옛 사단까지 소개했다. 포옛 감독은 디에고 코치 외에 과거 토트넘에서 함께 뛴 마우리시오 타리코 수석코치와 ‘코리안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특히 이 매체는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는 거구로 전북 벤치에서 아버지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디에고 코치를 주제로 포옛 감독과 인터뷰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지도자로 활동하는 경우는 자주 접할 수 있으나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것은 흔치 않다.

디에고의 경력은 아버지에 비해 초라한 편이다. 찰턴 유스로 성장해 웨스트햄으로 향했으나 EPL 3경기 출전에 그쳤고, 허더즈필드타운과 MK돈스로 임대됐다가 찰턴으로 돌아온 뒤 선수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신뢰는 단단하기만 하다. 포옛 감독은 “디에고는 여전히 선수로서 판단하고 자신이 플레이를 했던 것을 토대로 경기를 분석하며 팀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덧붙인 코멘트가 흥미롭다. 포옛 감독은 “(아들은) 아직 어리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혹여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무언가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조언해준다. 내 방식이 이렇다. 나는 언제든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은 조언도 많이 듣지만 옳지 않은 일을 넘어가지도 않는다. 진실을 원하는 만큼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최근 그의 행동이 그랬다. A매치 휴식기 직전인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32라운드 원정경기(1-1 무)에서 명백한 오심을 저지른 이동준 심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이 주심은 전북 전진우의 발을 페널티 지역에서 밟은 제주 장민규의 파울을 그냥 넘어간 것도 부족해 오심을 바로잡으라고 만든 비디오판독(VAR)조차 확인하지 않아 큰 논란을 야기했다. 게다가 명백히 잘못된 판정에 항의한 전북 벤치에는 옐로카드까지 꺼내 축구계의 공분을 샀다. 일각에서 “사심이 정말 없었느냐”고 의심의 시선을 보낼 정도로 심각한 오심이었다.

늘 ‘제 식구 감싸기’에 집중해온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도 14일 “당시 판정은 오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마지못해 인정했다. 이 주심은 주말 K리그1 최종 33라운드 경기에 배정받지 못했으나 파이널 라운드 이후의 추가징계 여부는 내지 않아 빈축을 샀다. 지금의 분위기상 이 주심이 전북이나 포항 스틸러스 등 유독 잦은 논란을 빚었던 경기에 다시 배정되면 아주 심각한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 직후 포옛 감독과 디에고 코치는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관련 영상을 올리며 그냥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선 포옛 감독은 끊임없는 논란을 양산해온 K-심판 판정 문제는 다루지 않았으나 심판들은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앞으로 언제든지 K리그 심판들의 이름은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질 수 있다. 포옛 감독은 12월 코리아컵 결승전까지 마무리한 뒤 ‘포스트 시즌’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서의 첫 시즌을 마친 소회와 함께 판정 문제까지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언급하면 징계를 주는 전근대적 규정을 고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이지만 시즌 후에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 영국 매체들도 포옛 감독과 월드컵에선 사실상 증발해버린 한국 심판들의 갈등을 조명할 지 모른다. 기막힌 해외토픽의 주인공을 피하려면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