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림 작가 개인전 ‘Between Fire and Form’ 포스터. 사진제공 ㅣ 고이 갤러리

김보림 작가 개인전 ‘Between Fire and Form’ 포스터. 사진제공 ㅣ 고이 갤러리




12월 23~27일, 포항 고이 갤러리
금속공예 작가 김보림이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포항 고이 갤러리에서 개인전 ‘Between Fire and Form’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차가운 금속과 뜨거운 불이라는 상반된 물성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순간에 주목하며, 그 사이에서 생성되는 형태와 감각의 긴장을 주얼리와 조형 작품으로 풀어낸 자리다. 작가는 불과 금속이 만들어내는 우연성과 반복의 과정을 통해 공예의 본질과 동시대적 의미를 동시에 사유한다.

김보림은 금속공예와 칠보공예를 기반으로 조형예술과 주얼리 디자인을 넘나들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디어·디자인과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며, 개인 작업실 BORIM STUDIO를 운영하며 창작과 교육, 전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실험적인 조형성과 착용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작업 태도는 그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축이다.

작가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주얼리디자인 전공을 졸업한 뒤, 영국 Central Saint Martins,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주얼리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한국칠보작가협회와 한국공예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해 왔다. 전통 공예 기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적 미감을 더하는 작업 방식은 평단과 관람객의 주목을 받아왔다.

주요 전시 이력으로는 2025년 ‘ING : METAL CRAFT EXHIBITION’, ‘이어지다 Ⅱ : CRAFT GROUP’, 국제디자인트렌드 초대작품전, 한국공예가협회 전시 등이 있으며, 2024년에는 ‘칠보의 변주’ 고이전(서울·대구)과 ‘The Holy Art’ 전시(영국·그리스) 등에 참여했다. 국내 무대는 물론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 금속공예의 확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의 핵심에는 칠보 기법 중 하나인 파이어스케일(Firescale)이 자리한다. 고온의 불 속에서 반복적으로 구워지는 과정에서 금속 표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파이어스케일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남기며, 매번 서로 다른 유기적이고 회화적인 패턴을 만들어낸다. 김보림은 이 과정을 “불과 금속이 함께 써 내려가는 기록”으로 인식하며, 반복되는 소성과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개인적인 치유와 사유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작품의 형태적 모티프는 한국 전통 도자기인 달항아리에서 출발한다. 포용적인 곡선과 절제된 구조는 과장된 장식을 배제한 채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전통적 미감을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조형성은 장신구와 오브제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드러나며, 공예가 지닌 조형예술로서의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특히 이번 전시는 조형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착용 가능한 주얼리로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예술성과 실용성의 균형을 탐구하며, 일상 속에서 착용자의 몸과 만나 완성되는 공예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보는 공예’를 넘어 ‘사용하고 경험하는 공예’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Between Fire and Form’은 불과 금속, 전통과 현대, 조형과 착용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는 김보림의 현재를 밀도 있게 보여주는 전시다. 금속공예가 지닌 물성과 시간성,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작가의 내적 서사가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 ㅣ정다원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정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