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돋보기] KFC 매직박스의 ‘어설픈 립싱크’

입력 2016-07-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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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박스에 담은 KFC 매직박스의 CF. 인기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가사를 활용한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어색한 립싱크라는 옥에 티를 남겼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박스에 담은 KFC 매직박스의 CF. 인기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가사를 활용한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어색한 립싱크라는 옥에 티를 남겼다.

KFC 매직박스꺠=꺠꽉꽉 채워 딜리셔스 편

KFC 매직박스는 다양한 메뉴를 박스 하나에 담은 KFC의 신제품이다. 롱치킨샌드박스, 치킨불고기박스, 트위스터박스 총 3가지 타입이 있는데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4900원이라는 부담없는 가격이다.

KFC 매직박스의 TV 광고는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휴가지의 풍경을 담았다. 여기에 인기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가사를 매치시켰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몸매 좋은 남자 모델이 수영장 데크에 한가롭게 누워있다. 남자의 양 옆으로는 역시 늘씬한 몸매의 여성 모델들을 배치했다. 따로 뚝 떨어진 데크 하나까지도 여성의 차지다. 그러니까 화면에 등장하는 총 4명의 모델 중 남성은 근육맨 한 명뿐이란 얘기다.

자, 이런 순간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이성의 시선을 끌어보고 싶을 것이다. 여하튼 광고는 앞으로 나아간다.

“배고플 땐 매직박스에서 꺼내 꺼내 꺼내 먹어요”라는 자이언티의 노래와 함께 남자가 데크에서 몸을 일으킨다. 대히트를 친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의 가사를 살짝 바꿨다. 원래 가사는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다.

이윽고 남자가 햄버거, 음료수, 감자튀김이 푸짐하게 담긴 종이상자를 들어 보인다. 치킨 한 조각을 입에 넣는 남자. 옆에서 잡지를 보며 남자에게 통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성들이 남자 쪽으로 급격히 시선을 돌린다.



남자는 햄버거를 들어 큼직하게, 무엇보다 맛있어 보이게 한 입 베어 문다. 여성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먹고 싶어, 먹고 싶어’라는 표정이 애절할 정도다.

남자는 “뭘 보느냐”는 얼굴로 여성들을 돌아본다. 이윽고 마지막 장면. “꽉꽉 채워 딜리셔스, KFC 매직박스”. 자막과 내레이션이 끝을 맺는다.

앞서 말했지만 자이언티의 가사를 활용한 재치있는 광고이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는 장면들도 있다.

KFC 매직박스를 꺼내 선보이기 위해 몸을 일으킨 남성은 정면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시청자와 눈을 똑바로 마주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남자의 입이 오물오물 거리고 있다. 껌이라도 씹는 걸까 싶지만 그럴 리는 없고, 자세히 보니 남자는 자이언티의 “매직박스에서 꺼내 먹어요”를 립싱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어색한데,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모르겠다. 자이언티는 목소리와 창법, 리듬감이 워낙 독특해 수많은 가수들 속에 묻어놔도 단숨에 귀로 잡아낼 수 있는 인물이다. 외모 또한 개성이 강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떠오른다. 누군가가 방송에 나와 립싱크를 하는데 그 목소리가 조용필, 송창식, 김건모, 김종서였다고 상상해 보시라. 아, 어색하다. 개그 프로그램이라면 몰라도.

가뜩이나 짧은 광고다. “이건 뭐지?”하고 머릿속이 혼란해지는 순간 광고는 끝나 버린다. “어, 어”하는데 느닷없이 마지막 “KFC 매직박스!”가 튀어 나와 버리는 느낌이다. 그나마 기억나는 장면은 남자가 햄버거를 큼직하게 베어 무는 모습 정도랄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딱히 딴지를 걸만한 일은 아니지만 프라이드치킨과 근육맨은 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매직박스가 먹어도 먹어도 살로 안 가는 ‘매직’을 부려줄 것은 아닐 테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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