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직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매수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의 주식공개 매수는 주주를 위해 결정이다.”
최근 장형진(78) 영풍 고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의 동맹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번 고려아연의 주식공개매수에 대해 주주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영풍은 앞선 13일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공개매수에 나섰다. 만약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하게 된다면, 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몰아내고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이후 장씨와 최씨 가문의 동업 형태로 경영해 왔으나,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영풍그룹 장씨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각각 33.13%, 33.99% 정도로 비슷하다. 고려아연 경영권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갖고 있다.
장 고문은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회사와 주주들을 위해 어떤 결정이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개인이고, 회사는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있다.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봐야 회사가 오래 간다. 내 생각을 갖고 내 이익을 위해 경영하면, 회사는 개인 것이 되는 건데 회사는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장 고문의 이러한 발언들이 오히려 영풍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3조가 넘는 영풍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에 대한 의사결정이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역할 없이 장 고문 결정에 따라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물론 영풍의 주주들 역시 공개주식매수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역할이 있었냐는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장 고문이 공개매수의 전면에 나선 데에는 영풍 내부적으로 사연이 있었다. 영풍 이사회 구성원은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3인으로 총 5명이다. 그런데 지난달 사업총괄 박영민 대표와 석포제련소장인 배상윤 대표가 나란히 구속되는 바람에 사내이사 2명의 공백 상황이 빚어진 것.
사외이사 쪽도 형편이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는다. 기업경영과 관련이 없는 데다 제련업 등 영풍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사외이사 중 1인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가 모두 부재한 상황에서, 사외이사 3명만으로 경영의 중대사항을 결정한 것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장 고문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의 ‘나이 차’를 언급하며 “소통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는데, 이 발언에 대한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장 고문의 말대로 자신은 2세대, 최윤범 회장은 3세대 경영인이다. 장 고문은 1946년생으로 올해 78세, 최 회장은 1975년생 49세로 두 사람의 나이 차는 29년이 나지만, 온라인에서는 “나이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49세가 어리다고 할 수 있나”, “경영을 얘기하는데 왜 나이를 언급하는가” 등의 반응이 다수 눈에 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26일,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66만 원에서 13.6% 올린 75만 원으로 변경한다는 정정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도 주당 2만 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상향했다. 전날 고려아연 종가는 70만4000원 수준이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