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 중인 영풍이 과거 오염물질을 낙동강에 무단으로 방류한 게 적발돼 최근 법원으로부터 조업정지 2개월이라는 처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은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이번에 중대제재를 받은 환경오염 사안 이후에도 석 달에 한 번 꼴로 환경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아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반성이 없다며 영풍 실소유주인 장형진 고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자, 시민사회에서 석포제련소의 폐쇄∙이전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특히 영풍문고를 운영하며 문화기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룹의 핵심인 영풍 석포제련소는 십수년에 걸쳐 환경파괴와 낙동강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지속적인 질타를 받으며 ‘두얼굴’의 영풍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4일 법조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1일 대법원의 ‘조업정지 2개월’ 확정 판결문을 받았다. 2019년 영풍은 경상북도 봉화군 소재의 석포제련소에서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해 물환경보전법 등을 위반한 게 경북도청에 적발돼 조업정지 2개월이라는 행정 처분을 받았다.
영풍은 상고까지 하면서 3년 넘게 법정 싸움을 벌이며 반발했지만 대법은 경북도청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영풍 측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각종 제재에 대해 소송으로 일관해온 영풍에 대해 대법원이 2개월 조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린 것은 수십 년간 지속해온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행위를 단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9년 경북도청으로부터 무단 폐수 방류가 적발됐는데도 영풍의 불법적인 환경오염 행위는 끊이질 않았다. 올해 영풍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약 5년간 경북도청과 봉화군청, 대구지방환경청 등으로부터 총 20건의 환경 제재를 받았다. 세 달에 한 번 꼴로 환경 관련 법을 위반한 셈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석포제련소의 제련 잔재물이 낙동강으로 유출돼 주변 지하수와 낙동강이 카드뮴 같은 중금속에 오염된 정황이 있다며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받았다. 당국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해서 제련소 인근 토양과 하천 등을 오염시켜온 것이다.
이러한 영풍의 불법적인 환경 파괴 행위는 2022년 12월 환경부가 103개 허가조건 이행을 전제로 통합환경허가를 내 준 이후에도 지속됐다. 2023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영풍의 환경법 위반 횟수는 13회에 달한다. 특히 임 의원은 “2014년부터 2022년도까지 조사를 해보니 환경법 위반 사례가 80건 정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영풍의 실소유주인 장형진 고문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장 고문이 실질적 오너로서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며 “환경법령 위반 사항이 발견돼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고문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핑계대지 말라”며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영풍 동일인, 즉 총수는 장 고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장 고문과 영풍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은 분위기다. 지난달 국감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석포제련소 이전을 약속하자, 안동환경운동연합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문제를 국감용으로만 사용해온 잘못된 관행을 넘어 낙동강 유역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이전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경북도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은 올해 7월에도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관련 법률 위반으로 석포제련소 가동을 10일간 중지했다”며 “소송으로 제재를 지연하다 가동을 중지하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영풍이 영업정지의 원인이 된 환경오염 문제 해결 등에 주력하는 대신 해당 시기에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장형진 고문 등 영풍 장씨 일가의 경영철학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