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와의 대담 방송에서 미국의 재산업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미국 국무부 제이콥 헬버그 경제담당 차관       사진출처=블룸버그 유튜브 화면 캡처

블룸버그와의 대담 방송에서 미국의 재산업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미국 국무부 제이콥 헬버그 경제담당 차관 사진출처=블룸버그 유튜브 화면 캡처




-국무부 경제차관, 블룸버그 대담에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가치 강조
“지난 6월 상원에서 공급망 전략 요청…전략 실행에 하루도 지체하지 않아”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미국의 재산업화 전략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 고위 인사도 직접 언급하며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했다.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제련소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미국 정부 내 주요 인사들은 연이어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 중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 구상과 맞물려 동맹국과 함께 핵심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어서다.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 제이콥 헬버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대담에서 미국의 재산업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고려아연과의 협력을 중요한 이정표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제조 기반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그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헬버그 차관은 공급망 전략을 신속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6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원이 공급망 전략을 요청했고,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에 이에 대한 답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무부는 그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팍스 실리카에 대해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미래 산업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틀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프로젝트 출범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내며, 국방부가 이 협력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여러 부처가 함께 움직이는 범정부적 접근의 사례라고 소개했다.

또 동맹국 사이에서 경제 안보가 국가 존립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보유한 다양한 투자 수단을 결집해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기업과 혁신 생태계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를 지탱할 공급망을 동맹국과 함께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정부의 공급망 관련 직접 투자에 대해서는 공동 방위가 미국 정부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방 당국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전시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며, 고려아연의 미국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민간 부문에도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시장성도 함께 짚었다.

고려아연의 클락스빌 제련소는 팍스 실리카 구상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 제련소에서는 아연과 연, 동 등 기초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인듐 등 핵심광물 13종이 생산될 예정이다. 갈륨은 AI와 통신, 전력반도체에 활용되고, 게르마늄은 광통신과 적외선, 태양전지 분야에서 쓰인다. 안티모니는 군수 분야 수요가 높아 전략적 가치가 크다. 다양한 첨단 산업의 원료 공급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헬버그 차관은 현재 미국이 인도와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도 밝혔다. 기준은 각국 정부가 어떤 기업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팍스 실리카는 닫힌 협의체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 연합체가 될 것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도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환영한 바 있다.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미국 핵심광물 지형을 바꾸는 거래라고 평가하며, 미국 내 대규모 생산을 통해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강화하게 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언론도 이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투자 발표 이후 핵심광물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역시 이전 보도를 통해 서울에 본사를 둔 고려아연이 국가안보 공급업체로 자리 잡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