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대전환…NCC 구조조정 속도

롯데케미칼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발맞춰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로 재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 및 감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11월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의 합병안을 정부 제출 기한보다 한 달 빠르게 제출하며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전남 여수산단에서도 주요 기업들과 설비 통합을 논의하는 등 정부의 산업 재편 정책에 책임감 있게 대응하고 있다. 단순한 외형 축소를 넘어 모빌리티와 IT, 반도체와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핵심 산업을 겨냥한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이번 리스트럭처링의 본질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러한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부가 사업 전환의 핵심 거점인 전남 율촌산단에서는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이 10월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내년 하반기 준공 시 연간 50만 톤 규모의 국내 최대 컴파운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며, 모빌리티 및 IT 산업용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서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용 하이엔드 동박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일본 도쿠야마와 합작한 한덕화학은 평택에 반도체 현상액(TMAH) 설비를 증설해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수소 생태계 확장에도 공을 들여 6월부터 울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 대산 수소출하센터를 본격 가동하며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한 비핵심 자산 정리도 병행되고 있다. 2024년부터 국내외 사업장과 자산을 면밀히 검토해 비효율 사업을 정리해온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LUSR 청산과 파키스탄 자회사 LCPL 매각, 일본 레조낙 지분 처분 등을 통해 1조 7000억 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정부 정책에 발맞춘 신속한 사업 재편을 이행하는 동시에 수익성 중심의 구조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