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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 적대적 M&A의 핵심으로 지목된 영풍과 MBK파트너스(MBK) 간 경영협력계약이 법원의 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제동이 걸렸다. 계약서를 보유한 장형진 영풍 고문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즉시항고를 제기하면서, 계약 내용의 실체는 당분간 베일에 가려지게 됐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 고문은 최근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히고 즉시항고 절차에 들어갔다. 앞서 법원은 2025년 말 KZ정밀(옛 영풍정밀)이 영풍과 장형진 고문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지만, 항고가 제기되면서 실제 계약서 제출 절차는 중단됐다.
문서제출 대상은 2025년 9월 영풍과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적대적 M&A 추진 과정에서 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이 계약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문서로 평가받아 왔다.
계약 공개가 지연되면서 시장의 의혹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업계와 언론에서는 해당 계약에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일부를 특정 가격에 MBK가 매수할 수 있도록 보장한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는 관측을 제기해 왔다. 당시 공시를 통해 콜옵션 존재는 확인됐지만, 행사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KZ정밀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영풍 주주 자격으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고, 배임 가능성을 제기하며 약 9300억 원 규모의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경영협력계약 내용이 공개될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 구조에 따라 영풍·MBK 측이 내세워 온 ‘주주가치 제고’ 논리가 흔들릴 수 있고, 장형진 고문과 영풍 이사회 등을 상대로 한 배임 책임 논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콜옵션 행사가가 낮게 설정돼 있을 경우, 영풍이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낮은 가격에 넘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약 1000억 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아온 만큼, 해당 지분은 회사 재무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최근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와 현금 창출력 저하를 겪고 있는 영풍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배당 수익원에 대한 의사결정은 배임 여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3월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MBK 연합의 법적·도덕적 정당성 자체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파장을 의식해 영풍·MBK 측이 계약 공개를 끝까지 꺼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문서 송달을 거부할 경우 즉각적인 강제 수단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지연 이후에야 법원의 강제 조치가 가능해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평가다. 영풍·MBK 측은 관련 질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제가 없는 계약이라면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개 명령에 불복한 선택 자체가 의문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MBK는 2024년 10월 자료를 통해 “콜옵션 행사 가격은 고려아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고정 가격”이라며 “공개매수가가 오를수록 콜옵션 행사 가격이 낮아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의혹이 있다면 계약 내용을 직접 공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며 “공개가 지연될수록 시장의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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