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뉴시스

영풍 석포제련소. 뉴시스




▲ 시행세칙상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고의’ 단계에 명시된 대표적 중징계 처분
▲ 증선위, 조업정지 손익효과 ‘자의적 제거’ 명시…추정 아닌 실질적 회계 리스크
▲ 환경 경영 강조한 영풍,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거버넌스 총체적 점검’ 요구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영풍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받으며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고의성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이번 조치는 중과실이나 과실이 아닌 고의적 위법 행위에 내리는 중징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증선위는 10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공시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영풍에 제재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자산 손상차손과 토양정화충당부채 같은 주요 항목을 실제보다 적게 장부에 반영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영풍은 과징금 부과와 3년 감사인 지정,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및 시정 요구 조치를 받게 됐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보면 대표이사 해임 권고는 가장 무거운 제재인 ‘고의’ 단계에서만 적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반면 중과실이나 과실 단계에서는 담당임원 해임 권고 조치에 머문다. 시행세칙상 고의는 위법사실이나 그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법령을 위반한 행위를 뜻하며 부채 누락 등 회계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조작한 때 성립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선위가 영풍의 회계 위반을 합리성이 결여된 중과실이 아닌 명백한 의도성이 개입된 상태로 파악했다고 본다. 특히 증선위는 영풍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와 관련한 유형자산 손상 평가를 하면서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했다고 명시했다. 2023년 평가 당시에는 조업정지에 따른 손익효과를 자의적으로 제외했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손상차손은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이 회수 가능 금액보다 높을 때 그 차액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적게 반영하면 장부상 자산 가치가 부풀려져 투자자와 주주들이 수익성을 오해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환경개선 투자와 책임경영을 내세웠던 영풍이 정작 정화 비용은 제대로 장부에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주는 경고가 가볍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영풍의 이번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수년간 반복된 환경 및 조업정지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제재 수위 등을 고려하면 단순한 착오가 아니라 고의성이 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며 “영풍은 이를 단순한 기술적 오류로 받아들이기보다, 내부통제 시스템과 총체적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이를 시장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내 신뢰도 제고 여부를 가를 기업의 경영 쇄신 노력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정보 공시와 지배구조 고도화를 통한 책임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