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들으실까요?”絃으로부르는사모곡

입력 2008-01-17 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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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아 출신 클래식기타 연주자 드니 성호“제가 콘서트를 열고, TV와 라디오에서 연주를 하면 언젠가 친부모가 저를 알아보고 찾아오겠죠. 부모님이 제 기타 소리를 듣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벨기에 입양아 출신 클래식기타 연주자 드니 성호(신성호·33·사진). 2년 전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의 스토리는 영화 ‘어거스트 러쉬’와 똑 닮았다. 어릴 적 헤어진 부모가 음악을 듣고 찾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 것도, 기타를 친다는 점에서도 같다. “아, 그런 영화가 있어요? 아직 보지 못했는데…. 그런데 그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까?”드니 성호에게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픽션’이라고 했더니 “참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는 출생 사흘 만에 고아원에 보내져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벨기에로 입양됐다. 그를 입양한 벨기에인 아버지는 체육교사였고, 어머니는 화원을 운영했다. 어릴 적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그를 위해 양부모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기타를 사주었다고 한다. ▲ 영상 취재 : 김경제 기자“10대 때 기타가 유일한 친구였어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종일 숲 속에서, 바닷가에서, 집 안에서 기타를 쳤지요. 나무통을 울리는 현의 소리를 통해 영혼과 교감을 나누었죠. 기타가 만들어내는 나만의 공간은 아무도 침범할 수 없었죠.”그는 열네 살에 벨기에 청소년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04년 유럽콘서트홀협회(ECHO)로부터 ‘떠오르는 스타’에 선정됐다. 파리고등사범음악원, 벨기에 왕립음악원을 졸업하고 뉴욕 카네기홀, 빈 무지크페어라인,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등 유럽 주요극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다. 그는 “양부모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분들인데 내가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신기한 일”이라며 “아마도 친부모의 핏줄을 이어받은 듯한데 음악을 통해 그분들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2006년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는 제6회 한민족문화공동체대회 때 한국을 처음 찾았다. 당시 그는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친부모를 찾으려고 했으나 너무 어릴 때 입양된 탓인지 쉽지 않았다.그는 최근 6개월 일정으로 다시 고국을 찾았다. 4일에는 충남 서산시 성남보육원에서 공연했고, 17일에는 서울 중구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콘서트를 연다. 3월 대전대 초청공연 등 그는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고국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서산의 보육원에 갔을 때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제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해하는 소녀가 있었어요. 말로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지만 그 소녀의 마음만은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6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모르지만 한국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드니 성호의 로댕갤러리 콘서트는 17일 오후 7시에 열린다. 갤러리 입장 고객 무료. 02-2259-7792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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