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터닝포인트엔‘살인마’가있다

입력 2008-02-06 10: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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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역은 ‘연기파 등용문’ 박해일 박용우 강동원 등 살인마 연기로 ‘터닝 포인트’ 험악한 인상과 거칠어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악역’ 꼬리표가 붙는가 하면 사슴 같은 눈망울과 선한 얼굴 덕분에 ‘착한 남자’로 분류되는 배우가 있다. 무릇 연기자란 하얀 캔버스가 되어 어떤 그림이든 자유자재로 담아내는 법. 때문에 비슷비슷한 외형적 한계에 부딪친 배우들에게 이미지 변신은 곧 ‘존재의 이유’다. 더욱이 여심을 자극해 ‘면죄부’가 주어진 ‘훈남’들에겐 선천적 ‘미모’에서 한 발짝 더 나가 후천적 ‘가능성’을 인정받는 것이 배우 인생의 과제. ‘고만고만한’ 틀을 깨기 위해 이들이 택한 극적인 방법 중 하나가 선과 악을 동시에 내포한 ‘살인마’ 연기다. 이젠 한국식 스릴러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살인의 추억’을 떠올려보자. ‘듬직한’ 송강호 김상경 외에도 이 영화는 걸쭉한 톱스타를 배출했다. “미치도록 잡고 싶다”던 형사 송강호 마저 “밥은 먹고 다니냐”고 동정심을 유발한, 안쓰러운 외모의 연쇄살인 용의자 박해일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박해일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한끝 차’인 유약함과 악랄함의 이중주를 얄밉게 반복하며 관객을 ‘포획’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범상치 않게 출발한 ‘야누스’ 박해일은 이후 지고지순 멜로 연기와 능글맞은 ‘모던 보이’를 넘나들며 충무로에서의 입지를 차곡차곡 쌓았다. 여기에 ‘혈의 누’로 재발견 된 ‘데뷔 14년차’ 박용우를 빼면 섭섭하다. 촉촉한 큰 눈 때문에 ‘착한 남자’와 ‘마마보이’의 그림자까지 겹친 ‘무명의’ 박용우는 ‘혈의 누’를 통해 주연 차승원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따뜻함 속 칼을 품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가물가물했던’ 이름 석 자를 깊숙이 각인시켰다. 이어 ‘달콤, 살벌한 연인’의 어수룩하고 과장된 행동에 ‘하하하’ 터지는 복식 웃음으로 ‘박용우 표 스타일’을 완성한 그는 스릴러와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출연, 부드러움과 남성미라는 상반된 매력을 두루 어필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그놈 목소리’의 ‘퍼펙트 가이’ 강동원은 또 어떤가. 그가 세 명을 죽인 사형수로 돌아왔을 때, 냉정한 유괴범의 목소리를 재연할 때 ‘꽃’을 버린 ‘미남’의 파격 변신에 다들 주목했다. ‘웰컴투 동막골’ ‘천하장사 마돈나’로 유명한 ‘아역 전문’ 류덕환은 갓 스무 살에 열연한 ‘우리동네’에서 상처를 지닌 연쇄살인범으로 분해 ‘성인식’을 치렀다. 최근 들어선 ‘완소남’ 하정우가 14일 개봉하는 ‘추격자’에서 무자비한 살육을 자행하며 살인마 출신 ‘훈남’ 계보를 잇는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한 작품 안에서 극과 극의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연쇄살인범 캐릭터가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 하는 배우들의 도전 정신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화보]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영화 ‘우리 동네’ 시사회[화보]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영화 ‘추격자’ 기자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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