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미녀’꿈을쏘다…우주인이소연의솔직한지구인이야기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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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어엄마한테아파트선물”“얼굴안커요…헬멧잘맞는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30)씨를 태운 소유즈 우주선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오늘 오후 8시16분 발사된다. 이씨가 탑승할 우주선은 6일 소유즈발사체 제조회사인 에네르기야의 실험 조립동에서 조립된 뒤 기차로 8km 떨어진 발사장으로 옮겨져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2008년 4월8일이다. 2006년 4월 우주인 선발을 위한 지원자 공개모집 공고가 나붙은 지 정확히 2년 만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되고자 지원한 사람은 무려 3만6206명. 이중 여자는 6926명이었다. 선발과정은 그 해 연말까지 5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영어, 종합상식, 심층체력평가, 우주적성검사 등 지루하고도 독한 테스트를 통해 10명을 가렸고, 러시아 현지에서 4차 테스트를 통해 6명으로 줄였다. 2006년 12월25일, 결국 고산(32)과 이소연이 지옥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3월10일 소유즈 우주선의 탑승 우주인이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교체됐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바뀐 것이다.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우주시대로 향하는 과학한국의 아이콘이 된 이소연씨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똑똑하지만 평범한 딸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과학에 관심과 재능을 보여 광주과학고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훈련 기간 중 틈틈이 논문을 써 올 초 미세전자기계시스템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력 테스트에서 팔굽혀펴기 36개로 여성 지원자 중 ‘넘볼 수 없는’ 1위를 차지한 이소연씨는 조깅과 수영 등 운동 마니아. 태권도 공인 3단증을 갖고 있으며 함께 우주여행을 하고 싶은 인물로 추성훈을 꼽았을 정도로 이종격투기 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녀를 공부와 운동만 하는 ‘근육질’의 여자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대학 록그룹사운드에서 보컬을 맡았고(그래서 지금도 목소리가 크고 걸걸한 편이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화장품 회사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을 정도로 예술적 끼를 지녔다. 성격은 명랑, 쾌활, 소탈 그 자체. 이씨는 선발을 위한 최종 관문인 1분 스피치에서 “우주에서는 몸속 단백질이 줄어든다. 살이 빠지고 키도 5센티 커진다고 하니 나도 미인이 될 수 있겠다”고 답해 근엄한 심사위원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을 만큼 재치발랄하다. 우주인으로 최종 선발되기 전 이씨의 지인 마이클 허트씨가 촬영한 인터뷰 동영상(SeoulGlow.com)에는 매스컴에서 볼 수 없었던 개인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흥미롭다. “(훈련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러시아에 가 본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좋진 않더라구요, 흐흐. 가가린센터가 30년 되었다고 하거든요? 귀신 나올 것 같아요. 화장실 냄새도 나고. 우주선도 고철덩어리처럼 생겼어. 그런데 사고가 없대요. 30년 전에 무사고였는데 그 동안 돈이 없어서 업그레이드를 못 시켰다는 거죠. 그래서 아직도 사고가 없대요. 미국은 첨단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니 오히려 사고가 많고. 정말일까? 하하!” “(인터넷 반응이 뜨겁죠?) 안 예쁘다고, 못 생겼다고 다들 싫어해요, 아우! 얼굴이 너무 크대. 헬멧이 안 맞을 거 같다고 걱정 된다네요. 찾아서 때려줄 수도 없고.” “(우주인이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초잖아요?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광고 같은 걸 찍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라구요. 나 많이 찍을 거예요. 엄마 아파트도 한 채 사드리고, 동생한테도 잘 해주고 싶고. 우리 학교에도 기부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서 ′우주인이 좋은 거구나′ 하고 느끼고, 막 기부도 하게. 열심히 해야지. 여자라고 낑낑대는 모습 보이기 싫어요.” 잰체하지 않고 인간적인 욕심을 숨기지 않은 이소연의 솔직한 꿈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첫 희망은 경쟁자 중에서 30명 안에 드는 것이었다. 그 목표만 이루면 나머지는 ‘덤’이라고 생각했다. 30명 안에 들고나니 이번엔 목표를 ‘8명 내 진입’으로 재정립했다. 8명 안에 들면 러시아를 갈 수 있었다.‘떨어지는 순간 아쉬워 않기 위해’ 힘을 다했다. 우주인으로 선발되고 나서는 러시아어와 우주과학 이론, 생존훈련, 비행기술, 중력가속도적응훈련, 우주적응훈련 등 1년 동안 소화한 훈련시간만 1800시간이다. 가가린센터의 ‘후줄근한’ 겉모습에 실망했던 공학도 이소연씨는 러시아의 우주기술을 배우면서 수십 년 동안 쌓여온 노하우와 기술이 양파껍질 벗기듯 계속 나오는 느낌에 하루하루 감탄이 절로 새나왔다. 힘든 가운데서도 무중력 훈련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신이 난다. 무중력 비행기를 타고 9000미터까지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낙하하면서 진공상태를 만들면 안에서 몸이 붕 뜬다. 등에 와이어를 매단 것 같다. 25초의 무중력 상태를 10번, 쉬었다가 다시 10번을 경험한다. 같이 훈련을 받던 두 명의 여자들은 모두 토했다. 취재를 위해 동행했던 SBS 기자는 중간에 내렸다. 그런데 이소연씨는 남들은 괴로워마지 않는 이 훈련이 제일 재미있었다. 옆에서 누군가 “딱 체질이야”라고 말했다. 우주인이 되고나서 얻은 가장 큰 수확물은 ‘자신감’이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 온 이소연씨지만 3만6206명 중의 하나가 된 지금, 매일 스스로에게 ‘이소연, 너도 할 수 있어’를 새겨준다. 그래서 걱정이다. 유명해지면 교만해질까봐. 그러지 않겠다고 또 한 번 마음판에 새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데 건방져질까봐, 게을러질까봐 벌써부터 고민이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이소연씨는 세계 475번 째, 여성으로서는 49번 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우주인이 된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파랗다(가가린), 우주에서 만리장성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 “개인으로서는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발자국이다(닐 암스트롱)” 등 선배 우주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억에 남는’ 어록들을 남겼다. 정확히 발사 8분 48초 후, 우주선은 3단 로켓이 분리되면서 무중력 상태가 시작된다. 우주선 창문을 통해 우주를,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블루마블’의 지구를 바라보며 그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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