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RA컵 마일(GⅢ)대상경주
부산에는 롯데 갈매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 경마사의 새로운 장을 쓴 KRA컵 마일(GⅢ)대상경주에서 부산마들이 ‘한 수 위’로 여겨진 서울마들을 제치고 입상권을 휩쓸었다.
6일 부산경남경마장에서 5경주로 치러진 이날 대회(1600m)의 우승마는 안선호 기수가 탄 6번 레인메이커(사진). 추입형인 레인메이커는 결승선을 200여 미터 앞둔 상황에서 앞서 달리던 절호찬스, 해머펀치 등을 순식간에 따라잡으며 영화같은 역전 우승을 따냈다.
2착은 개선장군, 3착은 절호찬스로 모두 부산마들이다.
이번 대회는 국내 경마사상 처음으로 서울과 부산의 말들이 콧김을 마주 쐬며 한 판 승부를 벌인 첫 교류전. 이를 위해 다섯 마리의 서울마들은 열흘 전부터 특수 제작된 무진동 수송차량으로 부산으로 ‘모셔져 현지 적응훈련을 하는 등 ‘형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힘을 기울였으나 결과는 ‘안방마’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대회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삼관경주의 첫 번째 대회였다. 삼관경주는 마일대상경주 외에 코리안더비(5월),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10월)를 말한다. 총 상금만 13억원에 달한다.
세 대회에서 모두 우승할 경우 삼관마 타이틀과 함께 상금 3억원을 추가로 받게 돼 어느 대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4억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레인메이커는 2억 28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레인메이커를 타고 부산 주로에 ‘단비’를 내린 안선호 기수는 “서울마들이 워낙 강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운이 너무 좋았다. 모든 영광을 부모님께 돌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서울 기수들이 부산 원정에 따른 처우 및 상금 수입의 보충 문제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관리사 노조 역시 반발해 대부분의 스타 기사들이 출전을 거부한 것.
이에따라 우창구 기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니, 이쿠야스 등 외인 기수들이 서울마 고삐를 잡았다.
부산=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