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집앨범‘살짝쿵’들고2년6개월만에컴백…외부부터마음까지착해진‘롱다리미녀’김현정
데뷔 때부터 따라다닌 ‘여전사’라는 수식어 때문에 김현정은 팬들 앞에서 씩씩해야 했다. 1998년 ‘그녀와의 이별’로 데뷔해 ‘너 정말’ ‘되돌아온 이별’ ‘멍’ 등 발표하는 노래마다 히트를 기록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꼬박 10년을 늘 밝은 모습만 보여야 했다. 이런 김현정이 2년 6개월 동안 수면제에 의존해 살아온 사실을 고백했다. “원래 예민하다”는 그녀는 2년 간 남모를 속앓이를 해왔고 결국 불면증까지 시달리게 됐다고 한다. 건강이 악화된 김현정은 좋아하던 술도 끊고, 사람도 끊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렸다. 그렇게 보낸 시간 2년.
그녀가 한결 가벼워진 모습으로 ‘살짝쿵’ 돌아왔다. ‘벌써 8집’이라고 했더니 김현정은 “아직 8집”이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또 지금까지의 10년보다는 앞으로의 10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정확히 데뷔한지 10년을 맞은 그 날, 외모부터 마음까지 한층 어려진 김현정을 만났다.
- 밝은 음악으로 돌아왔다.
“9년 동안 내 음악은 눈에 쌍심지 켠 것뿐이었다. (웃음) 의도한 건 아닌데 늘 사랑에 상처 입은 모든 것들을 돌려놓으라고 소리친 것 같다. 10년째이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 나도 신나게 노래 한 번 불러보자고 택한 노래가 ‘살짝쿵’이다.”
- 성격도 밝아진 듯하다.
“몰랐는데 내가 무대 위에서 잘 웃질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웃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타이틀 곡이 즐거운 노래이기도 해 큰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많이 했다.”
- 오랜만에 컴백이라 긴장감은 없나.
“난 1집 때부터 긴장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이 된다. 나쁜 긴장이 아니라 좋은 긴장이다. 오랜만에 살아 숨쉬는 느낌이라고 할까.”
- 왜 2년이나 걸렸나.
“2년 전이 가장 큰 위기였다. ‘굳세어라 현정아’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지쳤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8년 동안은 괜찮았는데 체력이 무너지니까 모든 게 무너지더라.”
- 2년간 어떻게 지냈나.
“문자 그대로 수험생이었다. 안무연습실, 헬스장, 녹음실, 집이 내 동선의 전부였다. 인터넷도 안 하고 TV도 안 봤다. 사람도 안 만났다. 운동하고 노래하는 게 내 삶의 전부였다.”
-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 보면 수면제 얘기가 있던데.
“(침묵)…이거 얘기해도 되나? 지난 해 몸이 굉장히 아팠다. 아픈 상황에서 억지로 웃어야하고, 집중도 안 되고, 원하던 노래도 안 나와서 우울한 상태가 지속됐다. 대략 2년6개월 동안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잤다.”
- 많이 아팠나.
“아파서 컴백도 미뤄야 했다. 성대결절 때문에 말을 1∼2시간만 해도 목소리가 심하게 쉰다. 라이브가 걱정이다.”
- 앓은 후여서 그런가. 가벼운 느낌이다.
“전에 그렇게 중시했던 옷 욕심이 없어졌다. 차도 팔았다. 한때 주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고 주변에 사람도 많았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술도 끊었다. 2년 간 가장 큰 변화는 몸매를 얻고 사람을 좀 잃었다는 거!(웃음)”
- 그래서인지 몰라도 얼굴이 한층 어려졌다.
“거꾸로 나이를 먹는다는 말, 요즘 실감한다.(웃음) 데뷔했을 때 내 나이를 서른 살까지 봤는데 지금은 내 나이보다 훨씬 적게 본다. 다 운동 덕분이다. 얼마 전에 대학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다들 날 못 알아봤다. 벌써 날 잊었나 싶었는데 가만히 들으니 ‘김현정과 닮았다’라면서 지나갔다.(웃음) 굉장히 뿌듯했다.”
- 가수 데뷔 10년째다. 각오가 남다를 듯.
“난 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벌써 10년’이라고 하는데 난 아직 ‘10년밖에 안 됐다’고 생각한다. 갈 길이 멀다.”
- 앞으로의 10년 후의 계획은.
“10년 전에 인터뷰를 했을 때 ‘10년 후에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마다 ‘훌륭한 가수가 돼야죠’라고 대답했다. 그 약속을 계속 지키고 싶다.”
김현정은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을 ‘모험’이라고 표현했다. 새 앨범을 자신의 몸 속에 세워진 ‘또 한 개의 공장’이라고 묘사하는 그녀. 김현정은 “지금 공장 안이 난리가 났다”며 “좋은 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다”고 웃어보였다.
Clip! - 여전사 현정이는요
1976년생 용띠 여자입니다. 1집 ‘그녀와의 이별’부터 여러 곡이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애지중지하던 차를 팔고 뚜벅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가수 김현정도 사람들 가까이서 여유롭게 걸어가는 ‘뚜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 예전과 같은 인기를 바라고 앨범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싶었고 날 위해 청춘을 바쳐준 팬들 앞에 당당히 서고 싶었습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