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태프와 함께 헌팅에도 참여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어떻게 영화 ‘크로싱’에 접근하고 그들의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까 하고. 그들의 루트를 따라가보자고 생각했다. 먼저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영화를 만나게 됐다.”
- 함경도 사투리가 제법이다.
“스태프 중 탈북하신 분들이 몇 분 있다. 그 중 사투리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날 나 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하더라. 사투리를 틀리게 할까봐 그랬단다. 정말 헌신적인 분이었다. 선생이 잠을 못자는데 학생인 내가 어떻게 잠을 자나 했다. 최선을 다했다.”
-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거절하지 않았나.
“만들어져야 할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투자를 할지, 또 내가 출연한다고 해도, 나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인데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균 감독이 2개월 동안 날 기다려줬다. 그러는 사이 탈북자 문제에 관한 각종 자료를 훑었다.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을 관객으로 본다면 슬퍼했을 것 같다.”
차인표는 극중 아들의 나이와 같은 11 살배기 아들과 그 친구에게 영화를 보여주었다. 아내 신애라에게 아이들은 영화 상영 내내 묻고 또 물었다. “옛날 얘기야?” 영화에 관해, 탈북자들의 아픔에 관해 사전에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아이들은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른들이 외면하는 걸 아이들도 그래도 되물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래서 “출연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아내도 영화를 본 뒤 “좋은 영화에 역할을 충분히 해줘 고맙다. 사랑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 부인이 출연을 권유하기도 했다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침대 베개가 다 젖을 정도로 울었더라. 감동과 메시지가 읽혀지지 않느냐며 날 채근했다.”
차인표는 그런 아내 신애라와 함께 이미 두 아이를 공개 입양했다. 그는 “새로운 생명을 입양하는 건 여기까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8개월 된 막내를 보는 둘째의 질투가 심하다”며 웃는 차인표의 눈가에는 ‘크로싱’ 속 처절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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