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음식감독이공개한‘식객’속주방이야기

입력 2008-07-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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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한우8마리‘쓱싹’
# 음식 준비는 ‘촬영용-시식용-과정용’ 3종류 “음식은 세 종류로 준비한다. 촬영용, 배우들 시식용, 조리 과정용. 촬영용은 화면에 맛있게 보이기 위해 붓으로 식용유, 참기름, 젤라틴 등을 덧칠한다. 젤라틴은 식용유나 참기름에 비해 시간이 많이 지나면 먹기 어려워 공들인 음식에는 안 바르려고 노력한다. 배우들이 먹는 연기를 펼쳐는 시식용 음식은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위해 간에 신경을 쓴다.” # ‘식객’ 속 최고이자 최악의 음식은 ‘민어부레 순대’ “최고이자 최악의 음식은 민어 부레 순대다. 실제로 민어 부레 음식은 거의 없다. 때문에 기획 과정만 3개월로 창작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유감스럽게 맛은 최악이었다. 성게알 때문에 비리고 함초 때문에 쓴맛이 강했다. 얇은 부레로 순대 모양을 만들기가 힘들어 우여곡절 끝에 겨우 모양틀을 성공했을 때는 푸드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성찬 역의 김래원씨는 맛보는 신에서 어쩔 수 없이 손으로 가리고 다른 음식을 먹었다.”(웃음) # ‘식객’ 촬영 뒤 맛깔 나는 음식들, 배우와 스태프들이 포식할까? “촬영에 노출된 음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조명까지 더해져 맛이 변할 수 있고, 수십 명의 스태프가 좁은 공간에서 움직여 먼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배우들은 중간에 잘못 먹었다가 이에 끼거나 옷에 튈 수도 있어 손을 대는 데 조심스럽다. 대신 NG에 대비해 여분으로 준비한 음식은 깨끗하게 보관했다가 스태프들과 함께 맛있게 먹는다. 사실 우리 촬영 현장에만 있는 간식들이 있다. 오늘은 비도 오고 해물도 남아 해물 부추 부침개를 만들었다. 재첩신 찍으러 하동에 갔을 때는 재첩전을 수십장 부쳐서 배우와 스텝, 하동 관계자까지 맛있게 먹었다. 국내 일부 한식 레스토랑에만 있는 홍계탕을 스태프들이 맛보기도 했다.” # 당근 샤베트가 홍시 샤베트로 ‘둔갑’ “감독님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 있다. 6월에 재촬영한 무슬림 부부신에서 등장한 홍시 샤베트는 사실 당근 샤베트였다. 지난해 겨울 그들이 홍시 샤베트를 맛있게 먹는 신을 마치고 보관했던 홍시를 다 먹었는데, 감독님이 두 사람의 연기가 어색하다며 한여름에 재촬영을 요구했다. 지인들에게 급히 수소문했지만 한 여름에 홍시를 구할 수 없어 결국 당근과 곶감을 갈아 샤베트를 만들고 얼음을 끼워 넣어 그럴듯한 모양을 꾸몄다. 화면에 예쁘게 나왔지만 뜻밖의 상황이라 철렁했다.” # 회당 식재료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음식에 따라 식재료비 편차는 상당하다. 회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촬영 중 가장 많은 식재료비가 들어간 신은 1회에 등장한 대사관신이다. 50명분의 코스 요리와 이색 요리들이 추가돼 푸드팀 15명이 3일 밤낮을 새며 준비했다. 평소 화면에는 그저 한 그릇만 나오지만 배우들이 실제 똑같은 재료로 연습도 하고, NG가 날 경우에도 대비하느라 재료가 넉넉해야 한다. ‘식객’에 등장하는 가장 비싼 재료는 한우지만 다행히 강원도 홍천에서 한우 8마리를 협찬받았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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