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요놈의예쁜내조카들

입력 2008-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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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조카가 세 명이 있습니다. 저희 언니는 올해 서른아홉인데, 결혼을 일찍 해서 지금 중2, 중1 딸 둘과 7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반대로 저는 올해 서른여섯이지만 아직 결혼 안 한 당찬 노처녀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세 명의 조카가 너무 너무 예쁩니다. 첫째 조카 이름은 조아현인데,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이고 당찬 여장부 스타일입니다. 둘째는 조예나인데, 소심하고 꼼꼼한 성격이랍니다. 막내 조형진은 아직 철부지 어린 꼬마입니다. 첫째 조카 아현이는 다른 건 몰라도 금전관계 만큼은 아주 확실하게 정리를 합니다. 용돈을 줘도 필요한 돈 이외에는 받지도 않고, 여윳돈을 주면 고스란히 남겨서 옵니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가도 영화 관람 비용과 차비 외에는 쓰지도 않습니다. 다른 애들이 맛있는 거 먹을 때 넌 뭐하냐고 물으면 그냥 옆에 앉아 있다가 온다고 합니다. “누가 먹고 있을 때 그렇게 안 먹고 있으면 친구들이 안 좋아해. 남들 먹을 때 같이 먹고 그래”라고 제가 말해도, “집에 와서 먹어도 되는 걸 왜 밖에서 돈 낭비 해요?”라며 자기는 절대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돈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둘째 조카 예나도 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이 녀석은 집에 있는 플러그를 죄다 뽑아놓습니다. TV며 컴퓨터며 새는 전기를 막겠다고 뭐든지 코드가 보이기만 하면 뽑아놓습니다. 어쩌다 전원버튼을 누르고도 작동이 안 될 때는 그 녀석이 코드를 빼놓은 거랍니다. 얼마 전엔 너무 더워서 저녁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이 들었는데, 집안 식구들 다 잘 때 새벽에 일어나서 또 코드를 빼놓았습니다. 다들 “야∼ 조예나∼∼!!” 하고 소리를 지르면 그제야 둘째 조카가 “알았어∼ 끼워 놓으면 되잖아” 하고 코드를 꽂아두고 갑니다. 에너지 절약의 일인자라해도 아깝지 않을 저희 둘째 조카랍니다. 마지막 우리 막내 조카. 요 녀석은 저희 집 최고의 재롱둥이이자 최고의 말썽꾸러기랍니다. 누나들하고 나이차이도 제법 나는데, 꼬박꼬박 남자행세를 하려고 듭니다. 남자는 부엌에 가면 안 된다면서 “물 떠달라”, “라면 끓여달라” 꼭 자기 누나들을 시킵니다. 그래도 그 말썽쟁이가 꼭 한 가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게 있습니다. 바로 존댓말 쓰기인데요. 누가 부르면 “네∼” 이렇게 대답하고, 누나들한테도 꼭 마지막에 “∼했어요, ∼해주세요”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니 미운 일곱 살 짓을 해도, 제 눈엔 항상 예쁜 일곱 살 같이 보입니다. 제가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제 눈엔 첫째, 둘째, 셋째! 모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조카들입니다. 조카들이 너무 예뻐서 시집가는 게 더 늦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카들도 멋진 이모부를 기대할 테니, 빨리 제 짝이 나타나 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성북 | 민문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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