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 2급이란이름의벽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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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차 광명 경륜 돔경기장을 찾았다가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과 점심식사를 했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바둑에까지 미친 바, 그는 자신이 ‘만년3급’이라 했다. 3급의 소망은 1급이 되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1급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마음 같지 않다. 이것이 신비한(?) 1급의 벽이다. 지금까지 바둑을 두거나 보아 오면서 “나는 2급이요”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반면 3급은 고개만 좌우로 돌리면 강가의 차돌처럼 즐비했다. 수많은 3급들이 1급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 투명하지만, 만리장성처럼 거대한 벽을 실감하며 바둑을 두고, 책을 보고, 인터넷을 뒤진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1급이 된다는 점이다. 문득 바둑판이 어제와 달리 넓고 깊게 보인다. 맞수가 둔 꼼수의 구린 흑심이 물속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스스로 깨닫는다. ‘나는 비로소 1급이 되었구나.’ 그래서 고수들은 말한다. 1급은 깨달음이라고. 반면 하수들은 말한다. 1급은 하늘이 내려야 한다고. 바둑에서 2급은 ‘반집’의 존재와도 같다. 존재하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그런 점에서 2급은 3급에서 1급으로 가는 ‘벽’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실전> 흑4는 <해설1> 흑1로 잡는 것이 알기 쉽다. 하지만 홍성지는 백에게 2·4로 당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실전>처럼 두었는데, 그 탓에 바둑은 훨씬 더 복잡하게 되어 버렸다. <해설2>처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흑은 이렇게 패가 나는 것도 싫다. <실전>은 그래서 최강으로 버틴 수이다. 바둑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흑의 판단이 옳았다. 이 수가 승착이 된 것이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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