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탐욕은부동심을무너뜨린다

입력 2008-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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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홍성지의 목젖이 꿀꺽 울린다.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탐욕은 부동심을 무너뜨린다. 고기도 먹어본 자가 잘 먹듯, 바둑도 이겨본 자가 잘 이긴다. 이 진리를 이세돌은 숱한 정상의 무대를 거치며 몸으로 익혔다. 홍성지는 오늘 그걸 배워야 한다. 홍익동 바둑TV 검토실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늘어간다. 모두들 바둑판 앞에 모여앉아 모니터의 수순을 쫓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프로들이다. 자신들을 꺾고 마지막 링에 선 두 사람을 바라보며, 그들은 다음 대회를 위한 칼날을 간다. <실전> 흑1로 들여다보자 백은 2로 늘어서 받았다. 자칫 <해설1> 백1로 잇는 것은 패착이다. 흑은 2로 넘자고 한 뒤 4로 날아 간단히 수를 낼 것이다. 흑이 <실전> 3·5로 두어 선수로 이득을 보았다. 그런데 별 게 아니다. 좌하귀의 수순만 봐도 현재 홍성지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지금 이 바둑을 낙관하고 있다. 손끝에서 매서움이 사라졌다. 안일한 수들이다. 흑이 <실전> 3으로 넘자고 했을 때 백이 <해설1> 1로 버티는 것은 안 된다. 흑은 2·4·6으로 몸부림치며 이곳에서 수를 낸다. 백이 대망하는 그림이다. 형세가 일거에 뒤집어진다. 홍성지는 결승에 올라 ‘마음을 비우고 두겠다’라 결심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마음’과의 승부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안다. 마음은 끊임없이 요동치면서 비우려는 자의 심신을 녹인다. 바탕화면의 휴지통을 비우듯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세상 천하에 마음고생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탐욕이 부동심을 흩트리듯 낙관은 경계를 무디게 한다. 이세돌은 지금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이 이 바둑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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