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결혼한 딸이 얼마 전 전화를 했습니다. 저녁 때 사위랑 같이 집에 오겠다고 했습니다. 전 얼른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엄마가 뭐 해줄까?” 했더니, “아유∼ 힘들게 뭘 해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계세요. 우리가 손님도 아니고 어떻게 갈 때마다 그래요∼” 하더군요.
혼자 사는 제가 걱정이라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꼭 와서 이렇게 얼굴을 비춰주고 갑니다. 그런 마음씀씀이 어찌나 고맙던지…
저는 그 고마운 마음을 늘 음식으로 표현한답니다.
우리 사위는 제가 해준 건 뭐든지 맛있다며 “어머님은 어쩜 이렇게 음식 솜씨가 좋으세요? 어머니∼ 저 밥 한 공기 더 먹어도 되죠?” 이러면서 예쁜 소리만 골라 한답니다. 그러면 제 딸은 옆에서 자기 남편 옆구리를 쿡 찌르며 “당신 그 배는 언제 집어넣으려고 그래요? 아무리 맛있어도 밥 두 공기는 안 돼요∼” 하면서 못 먹게 말립니다.
어쨌든 저녁에 사위와 딸이 온다는 소리를 듣고 저는 모처럼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밤, 은행, 대추, 표고버섯, 인삼 등을 듬뿍 넣어 돌솥에 영양밥을 짓고,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로 얼큰하게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그리고 기름 잘잘 흐르게 고등어를 노릇하게 구웠습니다.
때마침 ‘딩동딩동’ 벨소리와 함께 사위와 딸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양손에 보따리가 하나 둘, 셋, 넷… 두 사람이 양손에 하나씩 뭘 잔뜩 싸 가지고 왔습니다. “어머∼ 이게 다 뭐니∼” 하니까 딸애가 “이거 시부모님이 엄마 갖다드리라고 주신 거야. 전부 유기농으로 약 하나도 안 치신거래. 배추도 아침마다 시아버지가 벌레 잡으셔서 농약 없이도 이렇게 잘 컸고, 이 고추는 지난번에 엄마가 드시고 맛있다고 했던 거, 그 고추야. 내가 얘기했더니 어머님이 엄마 갖다 드리라고 많이 주셨어” 하고 보따리 보따리 풀었습니다.
사돈이 직접 짰다는 들기름, 고구마와 검은콩, 배추와 고추, 그리고 직접 말려서 빻았다는 고춧가루까지 정말 많이도 싸서 보내주셨습니다. 보기만 해도 부자가 된 것 같이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했습니다.
작년에도 김장김치, 총각김치, 들기름, 옥수수, 포도 등을 보내주셔서 한 해 동안 아주 잘 먹었습니다. 전 애들한테 얼른 저녁 먹으라고 상을 봐주고, 사돈댁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더니 “아휴∼ 심심해서 텃밭 가꾼 걸로 쬐∼끔 보내드리는 건데요 뭘… 그래도 그게 농약도 안 치고 깨끗하게 키운 거니까 안심하시고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하셨습니다.
사돈은 상견례 때 한 번, 결혼식 때 한 번 이렇게 두 번 밖에 뵙지 못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내주신 물건들이 많아 전화 통화는 참 여러 번 했답니다. 멀다면 먼 사돈이지만, 작은 거 하나라도 아낌없이 보내주시니 그 마음이 너무 고맙습니다.
작년에 우리 딸 시집보낼 땐 저 혼자 남는 게 서글퍼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딸을 보낸 게 아니라, 사위와 사돈이란 새 가족을 더 얻은 것 같습니다. 이번엔 상주 곶감을 한 상자씩 사서 딸과 사위 편에 보내려고 합니다. 저는 농사도 안 짓고,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늘 받기만 했는데, 이번엔 작은 거라도 보답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돈이 보내주신 검은콩은 콩조림 해서 우리 사위 줘야겠습니다.
사위와 사돈은 참 특별한 인연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거 하나라도 서로 나누며 서먹하지 않게 가깝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남구|박옥란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