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꼬리치며뛰놀던내친구아름이

입력 2009-0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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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하고 길을 가고 있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야∼ 강아지다∼∼” 하면서 어떤 애견 가게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거기엔 꼬물꼬물 귀여운 강아지들이 눈을 꼭 감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를 보니까 문득, 제가 어린 시절 집에서 키웠던 ‘아름이’가 생각났습니다. 아름이는 저희가 충북으로 이사 왔을 때, 옆집 아저씨가 주신 작은 강아지였습니다. 새끼 때부터 다 클 때까지 저희 집에서 7년을 함께 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저희 집 품앗이 김장하러 모두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언제든지 뛰어나와 꼬리를 흔들던 아름이가 그날따라 자기 집에서 나올 생각도 안 하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겁니다. 저와 두 동생들은 아주머니들이 배추에 김치소를 싸주시면, 그걸 받아먹으며 ‘아휴∼ 맵다’ 하고 입에 부채질하면서도, 계속 아름이가 걱정돼서 아름이 집 주변을 기웃거렸습니다. 그 때 아빠가 커다란 담요를 가져와 아름이네 집 지붕을 덮고, 입구도 가리시면서, “아름이는 이제 엄마가 될거야. 그러니까 심한 장난치거나 아름이 등에 올라타면 안 된다. 한동안 그냥 내버려 둬∼” 하셨습니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만 해도 팔뚝만큼 작았던 아주 어린 새끼였는데, 어느새 제 허리만큼 자라, 이제는 새끼까지 밴 엄마가 된 거였습니다. 그런 아름이를 보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그날 저녁. 저와 동생들은 여느 때처럼 내복바람으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엎드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엄마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나∼ 우리 아름이 이제 정말 엄마가 됐구나. 어이구 기특해라. 아주 잘했다∼!!” 저와 동생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내복바람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름이 혼자였던 아름이 집에는 꼬물꼬물 아직 탯줄도 떼지 못 한 강아지들이 여러 마리 누워있었습니다. 엄마는 얼른 아름이 집 입구를 담요로 덮고 “앞으로 한 달 동안은 강아지 만지는 것도 안 되고, 들여다보는 것도 안 된다” 하시면서 신신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꾹∼ 참고 기다리는 동안 강아지들은 눈을 뜨고, 제 어미의 젖을 열심히 먹으며 금세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어느 날 함박눈이 내린 밤, 자려 누웠는데 혹시 눈 속에 강아지들이 얼어 죽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동생들과 함께 그 강아지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저희 방 아랫목으로 옮겨놨습니다. 엄마아빠한테 들킬까봐 살금살금 아주 조심스럽게 옮겨놨습니다. 강아지들은 잠시 어미를 찾는 듯 낑낑거리는 것 같더니 따뜻한 방에 배를 쭉∼ 깔고 이내 잠 들어버렸습니다. 그 모습이 작은 인형처럼 너무 예뻤습니다. 그 후로도 아름이는 여러 번 출산을 했고, 그 때마다 새끼들은 이웃집에 보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여름 날 아름이 역시 다른 곳에 보내지고 말았습니다. 저희 형편이 어려워져 저와 동생이 도시락도 제대로 못 싸갈 상황이 되자, 엄마가 사료를 많이 먹는 아름이를 더 이상 키우지 못 하고 다른 곳에 줘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엄마도 마음이 아프셔서 오랫동안 아름이 집을 치우지 못하셨답니다. 그 후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름이였는데, 강아지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 보니까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듬직하고 사랑스러웠던 우리 아름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충북 청주 | 손미화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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