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칭밴드의‘드럼라인라이브’서울온다

입력 2009-04-26 22:11:0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드럼라인’의 무대버전에 그치지 않는다. 뮤지컬 퍼포먼스 드럼라인 라이브는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블랙리듬의 진수를 2시간 내내 쏟아낸다. 이들은 말한다. “무조건 일어서라! 박수를 쳐라! 즐겨라!”사진제공|뉴벤처엔터테인먼트


영화 ‘드럼라인’의 무대버전에 그치지 않는다. 뮤지컬 퍼포먼스 드럼라인 라이브는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블랙리듬의 진수를 2시간 내내 쏟아낸다. 이들은 말한다. “무조건 일어서라! 박수를 쳐라! 즐겨라!”사진제공|뉴벤처엔터테인먼트

드럼라인 라이브드럼라인 라이브.

드럼라인 라이브
드럼라인 라이브.

드럼라인 라이브드럼라인 라이브.

드럼라인 라이브
드럼라인 라이브.

행진!원초적리듬속으로…
몇 해쯤 전의 일이다. 외출 준비를 하며 습관적으로 TV를 틀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중 두 눈이 한 화면에 ‘탁’ 꽂히고 말았다. 대학교 소속 밴드부가 등장하는 영화였다. 최종 결승에 오른 듯한 두 팀의 환상적인 ‘북치기 박치기’ 대결이 기자가 본 장면이었다. 치어리더들의 얘기를 다룬 영화 ‘브링 잇 온’의 아류작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브링 잇 온이 치어리더(주로 백인이다)들의 육감적인 몸매와 건강한 섹시미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마칭밴드(주로 흑인이다)의 연주기량과 파워풀한 리듬, 아크로배틱에 가까운 스틱 기술로 승부를 걸고 있었다. 덕분에 약속시간에 30분이나 지각해 저녁 술값을 내게 만들었던 영화. 오래도록 뇌리 속에 조각칼로 새기듯 남았지만 제목조차 몰랐던 영화. 바로 드럼라인이었다. 23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본 뮤지컬 퍼포먼스 ‘드럼라인 라이브’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영화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무대판 드럼라인은 금관과 타악기로 그려낸 2시간짜리 ‘흑인 대중음악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프리카 초원에 울려 퍼지는 원초적 북소리로 1부의 막을 연 공연은 마칭밴드의 마지막 에너지가 쥐어짜듯 폭발하는‘하프타임’(마칭밴드의 음악은 경기 도중에 나오기 때문에 하프타임이라고 한다)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처음과 마지막 사이의 빈 공간은 풍부한 리듬과 아트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아낌없이 채웠다. ‘소울메이트’에서는 티나 터너,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즈, 아레사 프랭클린,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물론 ‘짝퉁’이지만)이 차례로 등장해 흑인 음악 전성기의 황금빛 노래와 연주를 들려줬다. 어둠 속에 등장한 야광 가면과 야광 스틱을 든 드럼주자들의 그로테스크한 연기는 3000여 관객으로 하여금 신음처럼 탄성을 흘리게 만들었다. 지난 해 내한했던 블루맨 그룹을 떠올리게 만드는 명연이었다. 흑인 음악의 각종 장르를 콜라주 붙이듯 펼쳐 보였던 드럼라인팀은 2부에서는 좀더 화끈하고 신나는 무대를 선사했다. 1930년대 빅밴드 전성기를 고스란히 재연한 ‘스윙타임’의 주제는 ‘24시간, 춤을 추자!’. 베니 굿맨의 불멸의 히트작 ‘싱싱싱’(sing sing sing)을 시작으로 도저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 없는 스윙의 리듬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1부에서 초인적인 인내(?)로 자중하던 관객들이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고 하듯 ‘하프타임’에서는 드럼라인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드럼라인의 하이라이트였던 결승전의 기막힌 드럼 퍼포먼스와 4-4 드럼 배틀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근엄한 바라춤을 흑인 특유의 리듬과 유연한 ‘꿀렁임’으로 바꿔놓은 듯한 심벌즈 퍼포먼스는 귀에 앞서 눈이 호사를 누렸다. 마치 홀쭉이와 뚱뚱이를 연상하게 만드는 튜바와 트럼펫의 코믹한 이중주는 또 어떠했던가. 앞서 말했듯 뮤지컬 퍼포먼스 드럼라인 라이브는 2002년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미국 영화 드럼라인이 모태이다. 드럼라인의 마칭밴드 프로듀서였던 돈 로버츠는 영화를 만들면서 내내 ‘이 영화는 반드시 공연으로 올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다. 드럼라인 라이브의 연주자들은 대부분 ‘히스토리컬리 블랙 유니버시티’ 대학의 마칭밴드 출신이다.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단원을 뽑은 뒤 오랜 기간의 합숙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이번 월드투어에 나서기 한 달 전부터는 하루 16시간의 강도 높은 맹연습을 거쳤다. 올 1월 첫 선을 보인 드럼라인 라이브는 북미 60개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고, 4월 22일 일본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에 나섰다. 기자가 본 것은 23일 이틀째 공연이었다. 일본 관객의 반응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뜨거워 올해의 6일 공연을 내년에는 6주 공연으로 확대한다는 얘기가 들렸다. 일본공연을 마친 뒤 드럼라인팀은 곧바로 서울로 날아온다. 월드투어의 두 번째 행선지가 한국이다. 5월 1일부터 3일까지 총 4회 송파구 방이동의 올림픽홀 무대에 선다. ‘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보스턴 발레 첫 내한공연’,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뉴벤처엔터테인먼트가 국내 공연을 주최한다. 이날 도쿄공연의 피날레는 ‘성자의 행진’이었다. 국제포럼 1층(주말공연은 2층까지 5000석)을 꽉 메운 3000여 관중은 전원 기립해 몸을 흔들고 박수를 보내는 무대 밖의 ‘장관’을 연출했다. 관객 고야우치 사토미 씨는 “두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갔다. 다 함께 춤추며 즐길 수 있어서 더욱 흥겨웠다”며 발갛게 물든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정말 그랬다. 이날 공연은. 5월1일(금) 8시, 2일(토) 3시·7시, 3일(일) 5시|올림픽홀 2만2000원∼8만8000원(4인 이상 구매 시 1인 무료) 문의: 02-1544-1681 도쿄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