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홀로계신시아버지자주찾아뵐게요

입력 2009-05-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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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벌써 몇 번째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나 모릅니다. 저희 시아버님은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신데, 저희 어머님이 3년 전에 돌아가셔서 가능한 제가 내려가서 집안 살림을 보살펴 드리곤 하거든요. “아휴, 어쩌지. 아버님 드실 국도 없고, 밑반찬도 없을 텐데. 빨래도 밀리고, 주방도 엉망일 텐데. 가서 청소도 해드리고, 아버님 얼굴도 뵙고 와야하는데.” 머리로는 제가 꼭 가야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제가 유난히 봄을 잘 타거든요. 봄 때문에 몸도 마음도 나른해져 쉽게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심란한 마음으로 아버님께 전화를 드려봤습니다. “아버님, 요즘 무슨 찬으로 드세요? 밥은 잘 챙겨 드세요?” 하니까 “그냥 챙겨 먹는다. 나는 걱정 말고 니 볼일이나 봐라”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 나를 필요로 하시는 구나’하고 금방 알겠더군요. 저는 짐을 챙겨서 경남 의령에 있는 아버님 댁으로 갔습니다. 예상대로 방도 청소가 안 돼있고, 마루에도 먼지가 잔뜩 있었습니다. 한참 쓸고, 닦고, 냉장고 청소까지 하다보니까 몇 시간이 금방 흘러가더군요. 연세 드신 아버님을 위해 미리 사 가지고 간 닭 세 마리를 큰 찜 솥에 놓고 푹 고왔습니다. 그리고 말끔해진 집을 바라보며, 은은한 커피 한 잔을 마셨지요. 집안 청소가 다 된 것 같아, 텃밭에도 나가봤습니다. 아무것도 심지 않아 텅 비어 있는 밭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있더군요. 어머님 계셨더라면, 상추도 심고, 시금치도 심고, 열무 새싹도 돋아났을 텐데. 그렇게 한참을 일하다 보니, 마산에 사시는 작은어머님과 아버님이 오셨습니다. 작은 어머님께서 같이 산에 가서 ‘햇잎’을 따오자고 하시더군요. ‘햇잎’은 산속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나무 중에 ‘화살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그 나무의 어린잎을 ‘햇잎’이라고 부릅니다. 그 잎을 따다가 한번 데쳐서 말리면, 정말 맛있는 나물이 되지요. 어쨌든 작은어머님 말씀을 듣고 산에 올라갔는데, 이제 막 새순 터진 여린 잎이 얼마나 예쁘던지 작은어머님과 신이 나서 잔뜩 따왔습니다. 제가 기분이 좋아 돌아왔더니, 저희 아버님도 제 표정을 보며 좋아해주셨습니다. 제가 ‘햇잎’을 보여드렸더니, 많이도 땄다고 싱글벙글 하시더군요. 그렇게 시댁에서 저녁으로 삼계탕도 맛있게 먹고, 뒤늦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시댁 갈 때는 참 가기 싫고 힘들었는데, 막상 다녀오니 집에 오기 싫을 정도로 좋기만 하더군요. ‘햇잎’잘 말려서, 나물 맛있게 만들어서 다음주에 아버님 밑반찬으로 챙겨가야겠습니다. 앞으로는 갈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귀찮고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주 찾아 봬야겠습니다. 부산광역시 전포1동 | 전미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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