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인터뷰“음악프로가나의한계…더는욕심없다”

입력 2009-06-10 13: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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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사진제공=KBS]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38). 시청자에게 ‘우유 빛깔 유희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유쾌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인다. 재치있는 말솜씨와 순발력 덕분에 요즘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스트는 물론 MC로까지 섭외가 쏟아진다. 심지어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김광수 PD는 “진행을 너무 잘 해서 같이 버라이어티까지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유희열은 이런 주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희열을 9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 녹화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처럼 재미있다는 말이 많다.
“아무래도 대화를 끌어가는 방식이 내가 장난기가 많고,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방점을 음악에 찍느냐 대화에 찍느냐가 고민이다. 굳이 음악적으로 무거울 필요는 없고 프로그램은 재미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이 되려면 둘이 적절해야 한다.”

- 첫 방송을 시작한지 2달이 되어간다. 지금의 소감은.
“방송이 쉽지 않다. 라디오는 생방을 하면 음악 얘기도 했다가 차분해졌다가…, 편집 권한이 진행자의 목소리에 달려있다. TV는 그런 게 아니니까, 아직 힘들다. 게스트로 나오신 유재석씨를 보면서 명진행자로 불리는 분들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됐다. 배울 게 많다.”

- 방송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비결은.
“선배님이 나오면 까분다. 후배가 나오면 더 어렵다.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유희열이 가수 이미지가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정말 친한 사람들은 연주자들이다. 요즘도 사석에서 만나 술 마시는 사람들은 다 세션들이다. 작곡가로 데뷔해 가수들과 만나서 노는 시간보다 녹음실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가수 대 가수가 아니라 나를 녹음실에 있는 사람으로 많이 본다. 약간 못되게 얘기를 해도 기분 안 나빠한다. 대한민국의 딴따라 중에서 유일한 포지션이다. 그게 장점이고, 만일 단점으로 치자면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 알지만 모르면 ‘누군데 나와서 하냐?’ 아직도 그런 사람 많을 거다.

- TV 출연하면서 달라진 게 있자면.
“처음으로 코디가 생겼고 메이크업도 한다. 피부 관리, 몸 관리는 안 한다(웃음). 카메라는 도리어 인식을 안했다. 얼마전에 카메라가 여러 대인 걸 처음 알았다. 프로페셔널한 사람도 아니고, 카메라 동선이나 이런 거 전혀 몰랐다. 얼굴이 이상하거나 행동이 이상한 건 상관이 없는데, 오히려 말하는 게 부담감이 크다. 집에 가서 후회할 때도 많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되면 PD한테 전화해 빼달라고 한다. 말하고 나서 ‘그 말을 왜 했을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자체 평가하자면.
“평가는 잘 모르겠고, 지금은 편성에서 유지가 되는 게 중요한 문제다. 시청률이나 방송의 질은 잘 몰랐다. 내가 지치고 변할까봐 그게 제일 무섭다.”

- 유희열 본인이 변하는 게 무섭다는 말은.
“이 프로에서 여러 가지 개그를 해도 안 겁나는데, 방송 외적인 것에서 섭외라든지, 지금까지 십 몇 년을 음악하며 숨어서 살아왔다. 음악의 경계에서 상한선이 라디오 진행이었다. 소라 누나나 도현이가 음악 프로할 때 나오기도 했지만 내 운신의 폭에서 음악 프로 진행이 최고 끝점이다. 내가 장난기 있는 건 아무 상관없다. 외부의 문제들, 음악 외적인 것에 대해 욕심을 낼까봐 그게 무섭다.”

-‘수질 검사하러 왔어요’ 박지선이 패널인데.
“제작진끼리 회의할 때 객석과의 호흡에 대해서 아쉬워 코너를 하기로 했고, ‘게스트 두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 나와 떠오른 사람이 박지선 씨다. 아끼는 동생이고 방송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음악을 많이 안다. 지선 씨는 유명인이고 저는 낯선 사람인데, 지선 씨가 나옴으로 해서 대중적인 부분에서 고맙다.”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 게스트로 출연한 유재석-박명수. [사진제공=KBS]


- 평소에 타방송사의 음악프로그램을 보는가.
“MBC '음악여행라라라‘나 EBS '스페이스 공감’도 좋아하고…음악 쇼는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골라보는 것 같다.”

- 타사와 차별화됐나.
“잘 모르겠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내가 유연하다는 점이다. 다 아는 사람들이고 처음 보는 후배도 선후배 개념이 은연중에 있어 같은 동료로 본다. 그 부분이 바로 차별화되는 부분인 것 같다. 저라는 사람 자체가 되게 가볍고 저질인간이어서(웃음) 나오시는 분들이 쉽게 생각한다. 차별성이라면 ‘좋은 가벼움’ 이랄까?”

- 인상 깊은 게스트는.
“가장 고마운 분은 김장훈이다. 항상 와서 농담도 한다. 에이트, 인순이, 카라 등 출연진 모두 인상 깊었다. 유재석 씨는 실제로 처음 봤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말 잘 하는 사람 처음이다. 나는 소녀시대도 좋아하고 동방신기도 좋아한다. 같은 업자로서 다른 사람들 음악 듣다보면 ‘헉’ 하고 놀라는 부분들이 있다. 여기서 콧대를 세울 필요 없는 것 같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나오건 트로트 하는 사람이 나오건 상관없다.”

- 꼭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는.
“조용필, 나훈아, 서태지다.”

- 토이 팬들이 출연에 대해 피드백 있나.
“우려하는 분위기는 내가 달라질까봐, 패턴이 달라질까봐 걱정한다. 나는 생각보다 독하다.
고집스럽고 독해서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다만 화요일에 와서 이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다음 앨범 계획은.
“오랜만에 그저께 한 곡을 썼다. 밤에 잠이 안 와서 주말에 곡을 쓰면서 앨범을 낼 때가 됐나보다 생각했다.”

- 음악인으로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바라는 점.
“이 프로그램이 잘 되려면 좋은 음악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 ‘정말 이 방송이 잘 돼야 음악도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사명의식 갖고 이 프로로 음악을 붐업 시키고 그거는 거꾸로 된 거 같다. ‘우리가 짜주고 우리가 스타로 만들어줄게’ 이건 어리석은 거고 좋은 음악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프로그램도 좋아질 것이다.”

스포츠동아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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