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울고 웃는 이민기 “해운대 찍다 서울말 5년공부 도루묵”

입력 2009-08-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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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를 통해 차세대 스크린 배우로 떠오른 이민기. 그는 최근 음반을 내고 가수도전에도 나섰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다시 힘든 시기가 찾아온 것이죠.”

이 꽃청년의 억양에는 ‘경상도 사나이’의 기운이 흠뻑 묻어난다. 화제의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남자, 이민기. ‘사투리는 설정’이냐는 짓궂은 질문에 그는 울상을 지었다.

“경남 김해 출신이에요. 억양 고치려고 4-5년 고생했는데 부산에서 ‘해운대’를 7달 넘게 찍다보니 저도 모르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되돌아온 말씨는 그러나 ‘해운대’의 폭발적인 흥행과 아울러 배우 이민기를 강력한 차세대 스크린 주자 대열에 올려놓았다. 더구나 그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해운대’에 이어 이번엔 스릴러 영화다. 6일 개봉된 ‘10억’(감독 조민호)이 그것. 그는 두 영화의 각기 다른 캐릭터에 대해 “닮은 구석이 많다”고 했다.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는 근소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열쇠는 순수한 마음에 있는 듯 하고요.”

그의 설명 속에는 지금의 이민기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어느새 비범한 배우로 영화계 안팎의 큰 관심을 얻게 된 그다.

김해에서 상경한 게 올해로 5년째. 이민기는 ‘청운의 꿈’이란 거창한 표현보다는 제 앞가림 정도는 해야겠기에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올라온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1년간의 모델 생활 그리고 우연찮게 맞은 기회. 이민기는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무직이 직업인” 불안한 청춘이었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1000만 관객을 노리는 영화 ‘해운대’ 이후로 이민기의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잇달아 극장에 걸린 영화 ‘10억’이 당장 눈앞의 증거고, 그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많은 작품들이 숨어있는 증거들이다. 이민기는 자신에게 닥친 이런 상황을 두고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다”고 했다.

“제가 한 것에 비해 너무 큰 관심과 응원을 받는 것 같아서 그래요. 이런 순간이 그리 길진 않을 텐데….”

그러나 이 청년은 인기란 거품과 연기란 내공의 간극을 스스로 잘 메워낼 것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한 확신은 이민기가 장래 희망과도 같은 배우로서의 포부를 밝히는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복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늘 항상 좋을 순 없지 않을까요. 깊은 좌절도 맛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삶의 명암을 고루 겪어야지 연기도 한층 더 성숙해질 거라고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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