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 영화 ‘전우치’ 강동원…타고난 ‘삐딱이’ 남 좋으면 난 싫어요

입력 2009-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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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지에서 나와 질리도록 놀아봤다”고 너스레를 떠는 강동원. 그는 2년 만에 출연한 영화 ‘전우치’에서 악동 영웅으로 변신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그는 평소 말수가 적다고 소문났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말하기를 좋아했다. 강동원. 그는 말을 잘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영화 ‘M’ 이후 2년 만에 영화 ‘전우치’(23일 개봉·감독 최동훈)로 다시 돌아온 강동원은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다가올 것을 준비하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이정연 기자(이하 이 기자) : 2년 만에 영화에 출연…긴장되지 않나?

강동원 : 긴장은 안한다.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모두 끝이 났으니까. 성격이 원래 끝나면 뒤도 안돌아 보는 성격이다. 후회할 시간에 좀 더 발전하겠다는 주의다.

김민정 기자(이하 김 기자) : 강동원의 일상은 늘 신비스럽다. 어떻게 지냈나?

강동원 : ‘M’ 끝나고 시나리오만 6개월 넘게 기다렸다. 이후 3개월 액션 훈련을 받고 8개월 반 동안 촬영하고, 또 다른 영화 ‘의형제’ 촬영을 했다. 다들 무엇을 하나 궁금해 하는데 막상 나는 진짜 바쁘고 힘든 한 해였다.(웃음)

이 기자 : 이번에 악동 영웅 ‘전우치’를 맡았다. 강동원에게도 악동스러운 면이 있나?

강동원 : 원래 좀 삐딱하다. 마이너 성향도 강해 남들 좋아하는 거라면 싫어하고.(웃음)

이 기자 : ‘전우치’를 위해 준비한 것이나 목표한 것이 있었나?

강동원 : 무언가를 준비하기 보다 전우치 같은 모습을 내 안에서 찾아봤다. ‘전우치’를 하면서 두 가지를 목표로 했다. ‘제대로 놀아보자’였고 또 하나는 ‘대사 템포를 좀 빠르게 해 보자’였다. 모두 달성했다.

김 기자 : ‘전우치’는 김윤석, 유해진, 백윤식, 임수정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강동원 : 선배님들이 나를 빛으로 인도해주셨다.(웃음) 집에 있기 좋아하는 나를 불러 같이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배우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본 적이 처음이었다. 내가 제일 막내였는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나에 대한 걱정 어린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김 기자 : 올해 ‘해운대’ ‘국가대표’ 등에 이어 ‘전우치’가 마지막 기대작이다.

강동원 : 마지막을 좋게 장식하고 싶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출연한 영화가 400만 명을 넘겨 본 적이 없어 욕심을 조금 내면 500만 명은 넘겼으면 좋겠다.

이 기자 : 다른 스타들은 가끔 사생활도 공개하고 근황을 알리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동원 : 나도 잘 안다. 고치려고 해봤지만 잘 안된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그 부분은 제 팬들도 다 이해해 이제는 괜찮다. 예전에는 ‘남들은 안 그러는데 넌 왜 그래?’라고 비교 당하는 게 싫다.

김 기자 : 콤플렉스가 있나.

강동원 : 그런 것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말이 느린 콤플렉스가 있다. 연기할 때 말이 느려 고민도 했다. 과거에는 ‘짝눈’ 때문에 고민했다. 왼쪽 눈은 쌍꺼풀이 크게 졌고, 오른쪽 눈은 작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라 크기가 다른 눈을 연기에 이용해 괜찮다. 날카롭게 보일 때는 왼쪽 눈 각도에서, 부드럽게 보이고 싶을 때는 오른쪽으로 촬영한다.

이 기자 : 내년이면 서른이다.

강동원 : 어렸을 땐 나이를 빨리 먹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인지도도 없고 연기도 안 되니까 나이라도 많아서 도전할 수 있는 역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책임감이 크다.

김 기자 : 2010년 계획은 세워놨나.

강동원 : ‘의형제’라는 작품을 하나 더 하고 공익 근무를 하러 가야한다.

이 기자 : 여자친구는.

강동원 : 없다. 안 그래도 최동훈 감독이 ‘여자친구가 있어야 시간이 빨리 간다’고 공익 근무 전에 여자친구를 만들어놓고 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연애는 하고 싶은데 만날 시간이 없어 고민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강동원.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여기자들이 본 강동원

▶이정연 기자

일반 여자들보다 더 작은 얼굴에 사슴같이 생긴 눈망울을 반짝거렸다. 처음엔 “안녕 하세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더니 주문한 딸기 주스가 나오자 “좀 ‘노놔’ 줄까요?”라고 사투리를 쓰며 정감 있게 말을 건넸다.

도시적인 이미지의 그답지 않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말끝마다 묻어나오자 왠지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동안 강동원은 자신을 너무 꽁꽁 감춰서 가깝게 다가갈 수 없게 하는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나 웬걸?

“저 그런 놈 아니에요, 대신해서 말 좀 잘 해 주세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사람 냄새나는 강동원을 만나고 왔다.

▶김민정 기자

강동원은 작품을 쉬는 동안 기타 연주를 배웠다. 아일랜드 가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노래를 좋아해 도전했는데 결국 성공하게 됐다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는 또 “가구 값이 비싸서요”라며 목공예도 취미로 시작했단다. 직접 만든 식탁과 의자를 만들었다며 “공대 출신이라서 손재주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여자 친구를 물어보니 만날 시간이 없어서 고민이란다. 기타 배우고 목공예 할 시간은 있는데 여자 친구 만날 시간이 없다니요. 대한민국에는 강동원이 연주해주는 기타 선율과 그의 손길이 담겨 있는 목공예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여성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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