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미아 ‘유리구슬 속의 아버지’.
‘하이브리드’의 사전적 의미는 노골적으로 말해 ‘잡종’, ‘잡탕’이다.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요소를 섞어 놓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하이브리드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퍼포밍아트그룹 칼미아의 ‘유리구슬 속의 아버지’는 두 가지 이상의 장르가 배합돼 있는 작품이란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칼미아는 그 동안 무용과 연극, 뮤지컬, 전통연희, 영상의 창의적 해체와 융합(역시 어렵다)을 통해 새로운 무대언어를 끊임없이 실험해 왔다. 관객의 평가는 상반됐고 평론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술장르의 모호함, 그리고 무모함.
칼미아의 작품 ‘유리구슬 속의 아버지 2009’는 칼미아의 ‘상상의 오레스테스’ 시리즈 중 제2편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케네 왕 아가멤논과 아들 오레스테스, 왕비 클라티임네스트라의 정부 아이기스토스 사이의 갈등 구조가 스토리의 뼈대이다.
혀가 꼬일 것 같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 줄줄 나오지만 작품의 배경은 현대이다. 세계 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가족해체, 가족붕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칼미아 ‘유리구슬 속의 아버지’.
‘유리구슬 속의 아버지’는 가족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가족해체로 내몰린 가족 구성원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가치관의 혼돈, 이들의 변명을 귀 기울여 듣는다.
‘하이브리드 퍼포먼스’답게 무용과 연극, 서양의 그리스 신화와 한국의 전통연희가 만난다. 애니메이션과 홀로그램 영상이 손을 잡는다.
아내의 배신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아버지. 홀로 남은 아들 앞에 아버지의 영혼이 나타난다. 아버지는 말한다. “네가 가는 곳을 보려면 빛이 되어라.”
아들이 묻는다.
“아빠, 아빠가 찾아간 곳은 다른 세상이 보여?”
12월 29일 오후 8시,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딱 한 번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