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 배수빈 (왼쪽부터)
공백기 없이 차기작 출연 추세
“같은배우만 나와 지겹다” 지적
“공백기가 뭐예요?”
짧게는 1년에 1편, 길게는 2∼3년에 1편 꼴로 출연하던 연기자들의 활동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 작품에 출연한 후 최소 6개월 정도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공백이라고 말할 여유도 없이 바로 차기작을 결정하고 출연하는 추세다. 최철호, 류진, 이수경, 황정음, 박진희, 이소연, 배수빈, 지현우 등이 ‘다작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최철호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출연중인 MBC 사극 ‘동이’를 포함해 최근 1년 동안 무려 6편이나 연달아 출연했다. 최철호는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무명연기자로 지낸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한을 풀고 싶다”며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는데, 작품을 골라가며 출연할 입장이 아니다. 그리고 일주일만 쉬어도 갑갑하다”고 말했다.
최철호와 함께 ‘동이’에 출연하는 배수빈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9년 ‘찬란한 유산’을 통해 인기 배우 대열에 오른 그는 밀려드는 섭외 요청에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촬영하는 등 지금까지 총 5편에 출연하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배수빈과 영화 ‘비상’에 같이 출연한 김범도 빠질 수 없다. 김범은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이어 ‘꽃보다 남자’ ‘드림’ 등으로 ‘다작 배우’의 명함을 추가했다. 김범은 자신을 ‘워커홀릭’이라 칭하며 “노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9년 초 ‘내 인생의 황금기’ 이후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이소연 역시 휴식보다 일을 택하고 ‘동이’를 포함해 3개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처럼 다작 배우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시선도 다양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추려면 긴 공백기는 부담이다. 톱스타가 아닌 이상 공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부담이 생기는 등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연기자가 미처 그 캐릭터의 잔상이 시청자의 머리에서 없어지기도 전에 곧 바로 다른 작품에 또 등장하다 보니 식상함을 줘서 ‘그 밥에 그 나물’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