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 스타보단 스토리!…별들도 별 수 없네

입력 2011-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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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름값으로 승부 안해요
‘톱스타=시청률 대박’의 흥행 공식이 지난해부터 흔들리고 있다. 쟁쟁한 스타를 캐스팅하고도 시청률이 부진했던 작품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C ‘마이 프린세스’는 송승헌 김태희 두 꽃미남, 꽃미녀 스타를 주연으로 기용했지만, 스타의 유명세에 기대기 보다는 참신한 플롯으로 초반 호평을 얻고 있다.

■ ‘톱스타 캐스팅=시청률 대박’ 공식이 무너졌다…왜?

정우성·수애 ‘아테나’ 스토리 개연성 약해
200억 제작비 무색 시청률 고작 10% 중반

시청자 달라진 눈높이…스타 섭외 안통해
‘마이 프린세스’ ‘싸인’ 등 징크스깰지 관심
“캐스팅이 절반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는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본과 연출력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성패의 관건은 여전히 연기자 캐스팅이라는 것이 방송가의 주된 시각이다. 톱스타가 출연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여러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외주제작이 활성화 되면서 최근 몇 년간 톱스타를 앞세운 드라마는 대세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상한 경향이 생겨났다. 톱스타가 출연했는데도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이 많아진 것. ‘톱스타 출연=시청률 대박’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고 나아가 ‘톱스타와 시청률은 반비례한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 톱스타 체면이 말이 아니네

SBS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하 아테나). 15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정우성을 비롯해 충무로에서 주로 활약했던 수애, 차승원 등 톱스타급 배우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 해외 로케이션 등 규모도 남다르다. 화려한 ‘스펙’만 보면 시청률 40∼50%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방송 시작 후 예상 밖의 결과로 관계자들도 당혹해하고 있다. 방송 초기 22%의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10%대 중반도 버거워하는 상황. 총 20부작인 드라마는 11일 반환점을 돌았다. ‘아테나’의 부진에 대해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스토리와 개연성이 약하고 주요 캐릭터들의 카리스마도 ‘아이리스’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테나’ 보다 먼저 방송한 KBS 2TV ‘도망자’도 주인공의 면면이 화려했다. 2010년 퓨전 사극 붐을 일으킨 ‘추노’의 연출진에 정지훈(비), 이나영, 다니엘 헤니, 이정진으로 구성된 주연진. 드림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인업을 자랑하며 지난해 하반기 KBS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다. 그러나 20%가 넘는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후반부에 들어 정지훈과 이나영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하향세를 보이며 결국 12.7%로 끝을 맺었다.

정우성 수애 등 쟁쟁한 스타들을 기용하고도 10%대 중반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아테나:전쟁의 여신’.



● 톱스타 없으면 편성 안돼?

이제 톱스타의 얼굴과 이름만으로 시청자가 모이던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인기 높은 스타라고 해도, 이야기 구성이 취약하고, 캐릭터의 개연성이 부족하면 시청자는 참지 않고 채널을 돌린다.

이미 이런 상황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는 톱스타 캐스팅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때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톱스타가 출연하면 광고, 해외판권 등으로 제작비 투자가 쉽다”고 톱스타의 출연에 목을 매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톱스타를 기용하지 않으면 방송사가 편성을 안하는 풍토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이런 행태는 계속될 것”이라며 “아무리 기획이 좋고 스토리가 탄탄해도 톱스타 이름 하나면 편성을 비교적 쉽게 따낼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톱스타가 출연한다고 해서 재미가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드라마는 영상 화보나 광고가 아니다. 시청자들도 스타 캐스팅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진 작품을 찾아간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제작사 등에서 스타들의 출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일종의 보험이다. 일반 연기자가 출연하는 것보다 성패에 따른 위험 부담도 적어서 선호하는 것 같다”면서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톱스타 캐스팅에 투자하기보다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킬 작품성을 중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톱스타≠시청률’ 징크스 깰까

새해 나란히 시작한 세 드라마의 출연배우들이 파괴된 드라마 흥행 공식을 다시 세울지도 관심사다. 배용준과 박진영이 의기투합한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를 비롯해 박신양·김아중 주연의 SBS ‘싸인’과 송승헌·김태희 주연의 MBC ‘마이 프린세스’는 공통적으로 시청률 제조기라고 불리는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방송가 안팎으로 관심이 높다.

1월 첫째 주 나란히 1, 2회 방송으로 스타트를 끊은 세 드라마는 일단 톱스타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고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MBC·SBS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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