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파이브’ 박효주 “김선아만 봐도 눈물이 났다”

입력 2013-11-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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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효주는 “죽음을 앞둔 혜진이의 모습을 찍기 전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정말 눈 앞이 캄캄했다”라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드라마 ‘추적자’에서 조 형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박효주(31)가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로 돌아왔다.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했던 여형사는 사라졌고 뽀글뽀글 펌 머리, 동그란 뿔테 안경, 오색찬란한 옷을 입고 적극적으로 전도를 하는 자원봉사자로 변신했다. 겉보기엔 웃음이 피식 나오는 인물이지만 슬픈 과거가 있는 여성 혜진이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캐릭터의 아픈 과거를 떠올랐는지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에이, 절대 안 울려고 했는데…”라고 하던 그는 이내 활기를 되찾았다. ‘추적자’ 이후 들어온 ‘더 파이브’의 시나리오를 보며 무조건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자신이 맡은 혜진이는 가장 애정이 간 캐릭터였다.

“혜진이는 등장인물들과는 달리 다른 방향으로 인물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욕심이 났던 캐릭터예요.”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앞서 말했듯 그의 패션이다. 예쁜 옷을 입는다고 입었지만 벗어날 수 없는 촌스러운 겉모습은 영화팀과 박효주가 전전긍긍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감독님이 양말 하나, 리본 하나까지 관여하셨어요. 어떻게 해야 더 촌스러워 질까 고민했죠. 제가 쓰고 나온 동그란 안경테는 태어나서 처음 써봤어요. 그것만 쓰면 저절로 열혈신도 혜진이로 변신해요. 마법의 안경이에요. 하하하. 촌스럽지만 순수한 혜진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의 패션과 연기는 영화 간간히 웃음을 전달한다. 은아(김선아)와 혜진이 카레를 먹던 중 은아의 집에 찾아온 대호(마동석)에게 카레를 권하며 식기도를 하는 모습과 빵집에서 주인에게 전도지를 주며 죄와 천국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코믹한 연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어요. 무조건 웃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놓고 연기를 했죠. 게다가 마동석 선배가 워낙 대사를 잘 받아주셔서 더 재미있는 장면이 된 것 같아요.”

 배우 박효주.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극 속 혜진은 대호와 잠깐 마주칠 뿐, 은아 말고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 촬영현장에서 외롭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효주는 “외로웠다. 하지만 이 뽀글뽀글한 머리를 하고 촬영장 밖을 나갈 수는 없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지만 혜진은 원래 상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외로움의 무게를 촬영 시작 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그래야 외로운 은아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거든요. 은아와 혜진이 서로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공통적으로 외로움이 깔려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김선아와 현장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즐겁기도 했지만 때로는 서로의 역할에 너무 몰입해 울기도 엄청 울었다고 했다. 그는 “(김)선아 언니에게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밝혔다.

“선아 언니와 함께하며 정말 좋았어요. 언니가 굉장히 섬세하고 배려가 깊어 사람을 잘 챙겨요. 또 서로 힘든 역할이어서 현장에서 운적도 많아요. 어느 순간 감정이 통한 거죠. 선아 언니만 봐도 애틋해지고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

‘추적자’ 이후 영화 ‘감기’와 연극 ‘레몬’까지 스크린과 무대까지 넘나들었던 박효주는 스펙트럼을 넓히며 생각한 것도 많다.

“연기란 도대체 뭘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크린과 무대라는 다른 공간에서 연기란 무엇일지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 것은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결론을 냈냐고요? 아니요. 끊임없이 물으며 살아야죠. 그러면 언젠간 답 속에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배우가 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재료로 사용해 연기로 잘 표현하고 싶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배우로서 순탄한 길을 걸었던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은 배우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즐겁고 슬픈 감정이 깨달음이 되고 그걸 연기의 재료로 쓸 수 있잖아요. 배우로서연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좋은 일은 없지만 늘 감사한 마음도 들고요.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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