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박진우 “연기 인생 2막 시작됐다

입력 2014-05-17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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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진우. 사진제공|벨엑터스 엔터테인먼트

“답답했다.”

데뷔 이후 줄곧 ‘꽃미남’ 이미지에 갇혀있던 연기자 박진우(31)의 첫 마디였다.

영화 ‘어린신부’를 비롯해 10년 가까이 잘 생기고, 매너 있는 ‘훈남’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의 눈빛이 180도 달라졌다.

2012년 군에서 제대한 뒤 “작정하고 도전한”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 때문이다.

스스로 “연기자가 너무 한정된 이미지로 평가 받는다는 것이 답답했다. 스스로를 배우로 인정하기 힘들었다”는 그는 ‘정도전’에서 광기어린 우왕을 연기하면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우왕은 ‘정도전’에서 자신이 공민왕의 적통이 아니라는 불안함으로 미쳐가며 고려 말 혼란기에 정치 싸움에 희생되는 인물. 박진우는 4일 방송에서 우왕이 이성계 일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면서 작품에서 하차했다.

우왕을 “슬픈 눈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왕”이라고 표현한 박진우는 인두질로 자해를 하면서까지 자신의 혈통을 주장한 우왕의 마지막 순간이 떠오르는 듯 “유독 여운이 오래 가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박진우는 ‘정도전’에서 우왕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난 것과 동시에 조재현,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등 선배들과 함께한 호흡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웃었다.

그는 “연기로는 절대 선배들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왕의 역할이어서 어쩌면 캐릭터로 경쟁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왕의 웃는 모습이나 광기 어린 표정도 몇 배 더 고민하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대사를 전달하기 위해 사전도 늘 챙겨 다녔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사전을 찾으면서 더 넓은 의미를 알게 됐고, 역사적인 지식도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어깨 넘어 배운 선배들의 연기 내공은 박진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가끔은 그들의 칭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하루는 서인석 선배님이 내 연기를 보시고는 박수를 쳐 주셨다.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질 못했다. 유동근 선배님에게서는 침묵 속에 담긴 카리스마를 배웠고, 작품을 이끌어가는 유쾌한 에너지는 박영규 선배님을 통해 깨우쳤다”며 선배들이 곧 현장의 연기 스승이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은 내가 아닌 선배님들이, 작가님이, PD님이 덜어주신 거다.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캐릭터에 빠지면서 즐길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정도전’을 통해 더 이상 ‘꽃미남’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진우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그는 “입대 전을 연기의 기본을 다지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면 앞으로는 조금씩 색깔을 입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면서 “‘정도전’을 시작으로 나의 연기 인생 2막이 시작됐다”며 활짝 웃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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