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98년 8월 31일
문화 콘텐츠의 인터넷 불법다운로드가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인 가운데 대중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과 그 틀은 여전히 많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에는 드라마와 영화, 대중음악을 보고 즐길 수 있게 하는 수많은 사이트와 앱이 넘쳐난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는 TV를 제외하고는 비디오(VHS)가 그 유력한 통로였다. 그만큼 드라마와 영화의 비디오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뜨거웠다. 삼성과 대우 등 대기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1998년 대우는 드라마 ‘백야 3.98(사진)’의 비디오 판권을 핵심으로 케이블채널 방영권 및 해외 판권 등을 합해 회당 1억원, 모두 20억원의 판권료를 SBS에 지불했다. 국내 사상 최고였다. 이 같은 화제 속에 그해 오늘, 드라마가 첫 방영됐다.
‘백야 3.98’은 그 3년 전 장안의 시선을 모은 ‘모래시계’의 연출자 김종학 PD의 신작이었다. 남북분단 상황을 배경으로 해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남북간의 첩보전과 남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그런 만큼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드라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촬영했고 회당 2억원이 넘는 대규모 스케일을 자랑했다. ‘모래시계’의 또 다른 주역 최민수와 이정재를 비롯해 심은하, 이병헌, 진희경, 신현준 등 그야말로 ‘스타군단’이 출동해 기대를 모았다. ‘모래시계’의 박상원도 우정출연했다.
이 같은 기대치가 비디오 판권의 액수를 높여 놓았다. ‘백야 3.98’의 판권료는 그 이전까지 최고치였던 ‘모래시계’의 비디오 판권 등 5억3000만원의 4배에 가까운 액수였다. 심지어 한국영화 최고액이었던 ‘투캅스2’의 9억원까지 뛰어넘는 수치였다.
여기에 김종학 PD를 비롯해 서득원(촬영), 최경식(음악), 송문섭(조명) 등 스태프와 최민수, 이정재 등 ‘모래시계’의 주역들이 다시 모였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드라마사에 큰 획을 그은 ‘모래시계’의 비디오 세트는 이미 5만개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한태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백야 3.98’은 전투기 공중폭발과 추락 장면, 실감나는 총격전 등 현란한 영상과 톱스타급 연기자들의 호연에 힘입어 초반 30%가 넘는 시청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시선을 놓치며 10%로 떨어져갔다. 다만 그 소재와 스케일면에서는 일정한 평가를 얻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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