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코드,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자신은 선의와 호의로 한 일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섣부른 호의와 선의는 큰 사건이나 사고를 당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넘어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실제 한 중견가수는 과거 인터뷰 중 “장애인들과 음원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섣부른 호의가 도움은커녕 오히려 더 힘들게 하거나 자존심만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 30kg의 물건을 나른다고 치면, 10kg씩 세 번에 나눠 옮기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생각해 한 번에 30kg을 나르려고 하니 오히려 더 힘만 들고 자존심만 상한다는 거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레이디스코드는 어쩌면 이런 어설픈 호의와 동정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상처를 받고 있는 그룹이다.

레이디스코드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리세와 은비 두 멤버를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지 2년이 흘렀고, 그사이 소정과 애슐리, 주니는 ‘MYST3RY’를 발매하며 다시 가수로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였다.

3인조로 돌아온 레이디스코드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아마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는 용기를 내서 다시 무대에 선 이들을 응원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불쌍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불쌍하다’가 문제다.
레이디스코드 소정,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 소정,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가 큰 슬픔을 지닌 그룹은 맞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불쌍하다는 동정심만으로 이들을 바라보면, 정작 이를 극복하기위한 남은 3명의 노력과 또 그 결실인 음악들이 뒷전으로 밀려나 버리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레이디스코드를 응원한다면, 어설픈 동정심이 아니라 소정과 애슐리, 주니가 들려주는 음악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무대를 더욱 눈여겨봄이 옳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애슐리가 “그런 일들이 있다는 건 잊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불쌍하다’보다 음악을 보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음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겁게 바라보기보다, 친근감 있고 음악 잘 하는 그룹이라고 봤으면 좋겠다.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소정과 애슐리, 주니는 이제 20대 초중반의 소녀들이다. 한창 희로애락을 만끽하고 지내야할 청춘의 시기이건만, ‘애’라는 감정 안에만 가둬두고 강요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5인조 레이디스코드’를 잊으면 안 되겠지만, ‘3인조 레이디스코드’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받아들일 때인 것이다.

이에 소정과 애슐리, 주니를 만난 애초의 목적은 13일 자정 발매한 새 싱글 ‘스트레인져(Strang3r)’를 알리기 위해서였지만, 딱히 ‘스트레인져(Strang3r)’에만 국한되지 않고 3인조 레이디스코드의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소정, 애슐리, 주니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단 레이디스코드는 ‘스트레인져(Strang3r)’에 대한 자부심을 먼저 드러냈다. 그리고 이 자부심은 레이디스코드의 음악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소정은 이번 ‘스트레인져(Strang3r)’에 대해 “‘갤럭시’때와 마찬가지로 데뷔 때부터 우린 앨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음악에 자부심이 있다. 이번에도 수록곡하나 하나 노래가 좋다. 요즘 많이 듣기 힘든 스타일이다. 예쁘고 귀여운 음악과 다른 스타일이라 많이 기대해 달라”라고 입을 열었다.
레이디스코드 애슐리,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 애슐리,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이어 애슐리도 “‘미스터리(MYST3RY)’에 이어 3부작의 두 번째인데 저번 앨범부터 예전과 다른 음악을 하고 있다. 그 때부터 레이디스코드의 색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스트레인져(Strang3r)’는 ‘미스터리(MYST3RY)’의 연장선인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레이디스코드가 3부작의 연작앨범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레이디스코드의 음악을 만들어가기 위해서이다.

소정은 “우리가 뭔가 깨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그렇게 하기위해서 한 번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세 번 이상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애슐리도 “일단 이런 스타일이 우리 셋에게 제일 어울린다고 본다. 최종적으로 3부작의 느낌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우리에게 맞는 음악으로 가지 않을까싶다”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이 우리에게 더 잘 어울리는 거 같다. 평소에도 이런 스타일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라고 레이디스코드만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정립해가고 있는 중임을 알렸다.

게다가 레이디스코드는 ‘음악성 좋은 그룹’이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많은 그룹이었다.

애슐리는 “요즘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친구가 정말 많지 않냐. 어린 친구들이 예쁘고 귀엽고 하니까 음악으로 승부를 하고 싶다. 그래서 앨범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음악에 자부심도 있다. 우리 레이디스코드만의 색을 보여줄 음악을 하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레이디스코드는 음악은 진짜 좋더라’ 그런 기억을 남겼으면 좋겠다”라고 평단과 대중의 호평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소정도 “그런 음악성을 인정을 받기위해 열심히 하려 한다. ‘선다운 후감상’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믿고 들을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레이디스코드 주니,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 주니,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음악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낸 레이디스코드지만, 거기에만 안주하지 않고 대중 앞에 한 발 더 나설 생각도 하고 있다.

주니는 “우리가 한 번도 예능이나 이런 걸 나가지 못했는데, 우리가 각자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을 어필하고 보여주는 기회가 이번 앨범 통해서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대화를 나눠 본 레이디스코드는 3명 모두 캐릭터가 있었고, 또 각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도 꽤나 흥미진진했다.

일례로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자 주니는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청소를 한다. 구석구석 다한다. 뒤집어엎어서 청소하고 그런다. 그럼 잡생각이 안 들어서 스트레스가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고 애슐리는 “나는 쇼핑하고 운동하고 그런다”라고 답했다.

이에 ‘애슐리가 어지르면 주니가 청소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주니는 “하루 빨리 나가 살려고 한다”라고 시크하게 말하고, 애슐리는 “평생 주니와 같이 살려한다”라고 답하는 생활 콩트를 보여주었다.

또 비어디드래곤과 달팽이를 키운다는 소정은 주니가 “도마뱀을 키운다”라고 말하자 “도마뱀 아니다. 드래곤이다”라고 발끈하는 모습이나, “평소에 숙소에서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나는 요가하면서 보고, 소정은 술을 마시면서 보고(실제로 소정은 스스로 ‘술을 좋아한다. 소주, 와인, 보드카 다 좋아한다’며 애주가 면모를 보였다. 다만 주량을 묻자 그냥 ‘좋아한다’라는 답변만을 남겼다), 주니는 치킨 먹으면서 본다”라며 애슐리가 밝힌 숙소의 풍경 등은 이들 역시 여느 20대 여성들과 같거나 다른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레이디스코드가 이구동성으로 말한 “우린 재미있게 살고 있다”가 당연하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이기도 하다.
레이디스코드,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