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수연 “어디 있다 지금 왔냐고요? 꾸준히 일했어요 하하”

입력 2016-11-09 07:0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인터뷰] 한수연 “어디 있다 지금 왔냐고요? 꾸준히 일했어요 하하”

매번 느끼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본인이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으면 결코 오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성공욕,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 등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직업이다. 배우 한수연은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중전 김씨 역을 맡아 데뷔 10년 만에 존재감을 알렸다. 10년 동안 무명 배우로 지낸 그는 “저는 꾸준히~ 정말 꾸~준히 연기하고 있었어요”라며 자신이 사랑하는 일, ‘연기(演技)’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단편, 독립 영화든 상업 영화든 드라마, 연극 등에서 꾸준히 연기했었어요. 이번에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대중들에게 처음 많이 알려진 거죠. 그동안의 무명 서러움이 한 번에 없어질 정도로 감사해요.”

한수연은 헝가리 말을 모국어 수준으로 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9년을 헝가리에서 살았기 때문. 그는 헝가리 친구들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헝가리 대사관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헝가리 외교 수교 당시 진행을 맡기도 했다. 헝가리로 간 이유는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서다. 이민 같은 유학을 가게 된 어린 한수연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매일 영화관에 가 영화 보기에 심취했다.

“조숙한 초등학생, 영화광이었어요. 35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었거든요. 19금 영화는... 생각보다 일찍 봤는데요. 헝가리에서 ‘쇼걸’이라는 작품이요.(웃음) 낯선 외국에서 하교 후에 하는 저의 큰 재미였죠. 당시 좋은 유럽 영화도 많이 접했어요. 작품에 하나 꽂히면 17번까지 본 적도 있고요. 그때부터 여배우에 대한 로망이 생겼고 감성을 전하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한국에 와서 대학을 다니면서 연기자라는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했어요.”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단편·독립 영화처럼 상대적으로 대중과 만날 기회가 적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한 이유 역시 한수연 자신이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뜨고 싶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도 “내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남들이 생각했을 때 좋은 배우, 귀한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뭔가 나만 알고 싶은 배우 같은 느낌이요. 물론 많은 분들이 작품을 못 보니까 제 연기, 작품에 대한 반응이 없을 때는 아쉬웠죠. 열심히 찍은 거잖아요. 비상업적인 영화는 영화제조차 못 가면 완전 개인 소장용이니까요. 모두의 수고로움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더라고요.”

성악가인 어머니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언니 그리고 배우 한수연. 어릴 적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예술가 집안답게 다재다능한 끼를 겸비하고 있다. 일단 감수성이 풍부하다. 한수연 본인조차 “나는 감성적이라 주변에서 걱정을 한다”고 말할 정도다.

“평소 저는 스트레스를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에요. 욕심도 없죠. 그런데 작업할 때만 예민해져요.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래서 혼자 있는 걸 즐기기도 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저 스스로를 풀어줘야하니까요. 혼자서 고기도 먹고, 혼술도 하고요.”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 예민함의 끝을 달리는 그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구르미’ 중전 김씨를 추억했다. 작품과 캐릭터에 맞는 음악 폴더를 만드는 한수연은 표독스러운 중전 역할에 몰입하기위해 영화 ‘아가씨’ ‘위대한 개츠비’ ‘더 피아노’ OST 등을 들었다.

“‘구르미’에 대한 여운은 남는데 중전 김씨가 저를 너무 많이 괴롭혔어요. 빨리 떠나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스스로를 압박해서 심적으로 피폐해져있어요. (웃음) 빨리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어휴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전을 떠나보낼 거예요.”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하지만 ‘구르미’를 통해 한수연은 조희봉, 이준혁 등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늘 혼자 끙끙 속앓이하던 데서 벗어나 연기적인 고민을 나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 것. 그 중에는 한수연의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도 큰 역할을 한다.

“저는 TS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는 유일한 배우예요. 가수 소속사긴 하지만 TS만의 건강한 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B.A.P 방용국 뮤직비디오 여주인공 제안이 들어왔는데 촬영날 매니저, 차량까지 제공해주는 거예요. 끝나고도 집에 데려다주고요. 기분 좋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기자 팀을 꾸려볼 건데 함께 하자’고 제안이 들어왔죠. 소속사 자체가 생각이 건강해요. 재계약까지 한 이유기도 하고요.”

‘구르미’로 무명 생활을 청산한 한수연은 악한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현재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간혹 ‘이미지가 굳혀지는 게 싫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어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연기 인생에서 그만큼 강렬한 역할을 언제 또 맡아 보냐고요. (웃음) 저는 부러웠어요. 중전 김씨가 표독스러웠는데 오히려 다음에는 좀 더 여유 있는 악녀를 연기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물론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진 않았고 다음 작품을 만날 때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