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낭만닥터’ 유연석-서현진에 웃고 無개연성에 울고

입력 2016-11-08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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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유연석-서현진 캐리에 웃고 無개연성에 울고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60분이었다.

한석규가 21년 만에 선택한 현대극으로 화제가 된 SBS 새 월화 미니시리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제작 삼화 네트웍스)가 7일 밤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첫 회부터 숨 쉴 틈 없이 ‘광속 전개’였다. 1시간에 담기엔 너무나도 방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장 먼저 다룬 것은 강동주(유연석)의 어린 시절. 어린 강동주(윤찬영)는 출세에 눈이 멀어 VIP 환자를 우선시한 의사 도윤완(최진호) 때문에 응급실에서 아버지를 눈앞에서 떠나보낸 아픈 기억이 있었다. 어린 강동주는 “우리 아빠가 먼저 왔잖아요”라고 난동을 피웠지만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김사부(한석규)가 등장했다. 김사부는 어린 강동주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그는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 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라고 조언했다. 김사부의 강한 울림은 강동주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이후 어린 강동주가 병원 문을 열면서 순식간에 성인 강동주로 시점이 전환됐다.

다음으로 강동주와 윤서정(서현진)의 복잡 미묘한 관계의 시작점이 그려졌다. 거산대학교병원 인턴이 된 강동주는 레지던트 윤서정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기 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은 동료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 함께 응급 시술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강동주는 선배에게 크게 깨진 윤서정을 위로하다 돌연 그에게 키스했다. “미쳤냐”는 윤서정에게 “선배에게 미치면 안 되는 겁니까”라고 되묻더니 또 한 번 키스했다. 이후에도 윤서정이 “사귀는 사람 있다”고 했지만 “좋아해요 선배” “선배와 자고 싶어요” 라고 돌직구 고백을 망설이지 않았다.

윤서정의 남자친구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문의 문태호(태인호). 문태호는 차 안에서 신호 대기 중 윤서정에게 결혼을 약속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었고 차 밖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신호가 바뀐 순간 트럭과 추돌사고가 그려졌다. 이 사고로 윤서정은 중상을 입었고 문태호는 사망했다. 클리셰에 MSG를 잔뜩 뿌린 전개는 윤서정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윤서정과 김사부의 극적인 만남 성사로도 이어졌다. 윤서정은 홀로 산행을 하다 죽은 문선생를 떠올리며 당시 청혼을 거절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 그는 정신을 잃은 채 부상을 입고 고립됐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김사부는 윤서정을 발견하고 그를 구했다.

1회에서 그려진 이야기는 ‘과거’다. 단 한 회에 주요 인물들의 전사(前事) 대부분을 다뤘다. 김사부와 강동주, 김사부와 윤서정, 강동주와 윤서정의 인연 그리고 김사부를 제외하고 강동주와 윤서정 각각의 가슴 아픈 기억까지 담아냈다. 60분으로 압축하려다 보니 개연성은 떨어지고 캐릭터는 중구난방으로 널뛰었다. 특히 강동주가 윤서정에게 뜬금없이 키스하고 고백하는 장면은 로맨틱하기는커녕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극 중에서 강동주가 윤서정에게 존경을 넘어 사랑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겠지만 1회에서는 단 몇 분만에 그려졌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닥터 김사부’는 광속 전개를 선택했다. 깊이 있지만 루즈한 전개보다는 첫 회부터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층을 단숨에 사로잡겠다는 제작진의 의지의 결과였다.

개연성 부재의 구멍은 배우들이 호연으로 채웠다. ‘응답하라 1994’ 칠봉이도 ‘또 오해영’ 서현진도 없었다. 한석규가 짧은 분량으로 등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유연석과 서현진이 1회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석규 없이도 오롯이 주연 배우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서현진은 생소한 의학 용어도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 전달력과 동공의 떨림까지 챙기는 섬세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첫회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전작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마지막회 11.3%보다 0.8% 떨어졌으나 다행히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아직 ‘끝판왕’ 한석규 카드가 남아있는 상황. 그가 본격적으로 극에 뛰어들면 ‘낭만닥터 김사부’의 시청률도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예열을 마치고 메인 무대인 돌담 병원으로 장소를 옮긴 ‘낭만닥터 김사부’ 2회는 8일(오늘) 오후 10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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