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누군가에게는 ‘불륜’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이고

입력 2017-05-26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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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리뷰

프란체스카는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여성이지만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에 내조하고 두 아이를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에 참가하려 3박 4일간 집을 비우게 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인 로버트와 만나게 된다. 동네에 ‘로즈먼 다리’를 촬영하러 왔다는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첫 만남부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랜만에 뮤지컬 대극장에 서정적인 멜로가 찾아왔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누군가에게는 ‘불륜’을 미화한 작품으로, 또 누군가에게 ‘사랑’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스트립의 주연 영화였던 동명영화 역시 국내 개봉 당시 ‘불륜미화’ 영화로 논란에 오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뮤지컬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에서 저속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전쟁이 터지며 미군이었던 현재 남편을 만나 함께 미국 아이오와주로 오게 된 프란체스카는 조국과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고 때마침 여기에 오기 전까지 이탈리아에 있었던 로버트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 꿈인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사랑’에 스며드는 것은 배우 옥주현과 박은태의 힘이 크다. 그들의 가창력과 연기력을 갖춘 두 사람의 내공이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전작들에서 겉모습까지 카리스마가 있었던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옥주현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하지만 내면에는 한 사람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여성의 모습을 세심하게 연기했다. 박은태 역시 일생에 단 한번의 사랑을 만나 순수한 사랑을 한 남자 ‘로버트’를 충실히 연기하며 존재감을 돋보였다.

또 극의 감동을 더하는 것은 음악이다. 두 사람의 감정이 폭발하며 부르는 ‘단 한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은 관객들에게 절정의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또 무대는 여주인공 프란체스카의 갑갑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 무대 대부분이 나무 벽으로 막혀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극에서 앙상블이 소품을 나르며 등장하는데 이동을 하며 두 주인공에게 시선을 향해 금지된 사랑에 대한 주변의 편견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옥주현이 실제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옥주현이 강력하게 희망해 만들어진 장면이기도 한데 실제로 집에서 음식 재료를 가져와 버터와 함께 요리를 한다. 이에 극장 내에 음식 냄새가 나며 식욕을 자극시키기도 한다.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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