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송강호 “5·18의 빚 덜 수 있길”

입력 2017-07-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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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 스포츠동아DB

택시기사 만섭의 시선으로 본 1980년 5월 광주
5·18 광주항쟁의 비극적인 현대사 직접적 묘사
“촬영 내내 무거운 마음…진정성을 담도록 노력”

배우 송강호가 비극적인 현대사를 스크린에 다시 펼쳐냈다. 사건을 극적으로 포장하는 대신 온전히 아픔을 겪은 이들을 향해 충실하게 시선을 쏟는다. 화려하지 않고 자극도 덜해 화력은 약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역사적 사실에 오롯이 집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송강호 주연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가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첫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8월2일 개봉을 앞두고 3주나 일찍 시사회를 열 정도로 송강호는 물론 제작진 역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적나라하게 담긴 신군부의 폭력성

송강호가 최근 주연한 영화가 그렇듯 이번 ‘택시운전사’ 역시 ‘송강호로 시작해 송강호로 끝나는’ 작품이다. 관객의 무한한 신뢰를 얻는 배우로서 출연작 선정에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그는 이번 영화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알린다. 무엇보다 ‘택시운전사’는 ‘효자동 이발사’로 시작해 ‘변호인’과 ‘밀정’으로 이어진 송강호의 근현대사 연작의 선상에 있다.

영화는 송강호가 맡은 택시기사 만섭의 시선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바라본다. 구두쇠처럼 굴어도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만섭은 왕복 10만원의 차비를 준다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광주는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는 상황. 어떻게든 광주를 벗어나려던 그는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시민들의 모습에 운전대를 되돌린다.

송강호의 시선은 그대로 관객의 것이 된다. 5월20일과 21일 이틀간 그의 눈에 비친 광주는 신군부의 폭력과 비인간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현장. 영화는 그동안 5·18 을 다룬 여러 작품들 가운데 단연 직접적인 표현으로 당시를 묘사한다.

중학교 2학년 때 5·18을 겪었다는 송강호는 “라디오에서 ‘폭도를 진압했다’는 뉴스를 듣고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만큼 왜곡된 보도와 통제로 인해 눈과 귀를 막은 시대가 아닌가 싶다”고 1980년 5월을 돌이켰다.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5·18에 갖는)작은 빚이라도 덜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광주 사민들의 고통과 비극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만, 촬영 내내 무거운 마음을 가졌다”는 그는 “희생당한 많은 분의 고귀한 정신이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영화에 담기길 바랐고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고도 밝혔다.

영화 ‘택시운전사’ 한 장면.사진제공 | 더램프


여름 ‘빅2’…‘군함도’와 대결 전망은

‘택시운전사’는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위해 당장 10일부터 개봉 직전까지 서울과 부산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8만명 규모 시사회를 개최한다. 사실 막강한 경쟁작과 흥행 대결을 벌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작품의 얼굴인 송강호의 어깨도 무겁다. 당장 한 주 앞선 26일에는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있다. ‘택시운전사’와 함께 올해 여름 극장가 ‘빅2’로 묶이는 작품이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의식해서인지 송강호는 “비극을 슬프게만 묘사하는 대신 희망적이고, 진취적으로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관객이 그의 바람대로 반응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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